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최적멈춤...37% 정도 둘러보고 결정하라 &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아판티(阿凡提) 2020. 2. 29. 05:07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당신이 물품으로 나와 있는 아파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구할 기회를 최대화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하자.

당신의 목표는 '그때 잡아야 했는데' '더 살펴봐야 했는데'라는 양쪽의 후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당신은 즉각 진퇴양난에 빠진다. 비교 판단할 기준이 없다면, 어느 아파트가 가장 좋은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여러 아파트를 둘러보지 않는다면(그리고 놓치지 않는다면), 선택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수 있겠는가?

정보를 더 모을수록 가장 좋은 기회가 왔음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좋은 기회를 이미 놓쳤을 가능성도 함께 더 높아진다.(6)

 

브라이언 크리스천, 톰 그리피스의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중에서(청림출판

 

(예병일의 경제노트

 

'언제' 결정을 할 것인가? 대안이나 정보를 언제까지 찾아보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하는 고민입니다.

 

대안을 한 두개만 보고 결정을 내리면 더 좋은 후보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성급한 결정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대안들만 검토하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결정을 해야하는데다, 계속 미루기만 하면 앞에 보았던 '좋은 후보'들이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둘러보기' '결정내리기' 사이에 균형이 필요합니다. 절적한 정도로 둘러보고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문제는 그 '적절한 균형'이 어느 정도냐입니다. 결국 우리는 개인적인 감으로 그 시점을 정해 결정을 내리곤 하지요.

 

그런데 알고리즘은 이미 이 고민에 대한 답을 풀어 놓았습니다.

'정보를 얻는 활동 자체가 성공에 위협이 될 때, 어떻게 하면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최적 멈춤'이라는 수학 문제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요. 37%입니다.

 

'37%의 법칙'.

아파트 구하기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판단기준을 정할 수 있을 만큼 아파트들을 충분히 둘러본 다음에, 자신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집이 나오면 사야 하는데, 그게 수학적으로 답을 구해보니 37%였습니다.

 

"가장 좋은 아파트를 구할 확률을 최대로 높이고 싶다면, 아파트를 구하는 데 드는 시간의 37%는 막연하게 돌아다니면서 대안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1개월의 기간을 정한다면 11일째 까지는 둘러보라는 얘기다. 그 후에는 이미 본 집들보다 나은 집을 보기만 하면, 즉시 대금을 건네고 구매하는 것이다." 

 

아파트 고르기 외에 저자들이 '결혼상대 찾기'도 비슷한 유형으로 언급했더군요. '일부일처제의 과학'이라는 겁니다.

 

이제 '둘러보기' '결정내리기' 사이에서 고민이 될 때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이미 늦었다는 말)이 되지 않도록 '37%'라는 숫자를 기억하고, 대략 그 정도 둘러보고 결정을 내리시면 되겠습니다.


위 내용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 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집 《순오지()》에 나온다.

사후약방문 말고도 때를 놓쳐 후회하지 말고, 장차 어려울 때를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뜻의 격언이나 속담은 많다.

중국 전한() 시대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에 나오는 고사()로 망양보뢰()가 있다. 양을 잃고 나서야 우리를 고친다는 뜻이다. 양도 없는데 우리를 고쳐 봐야 헛수고일 뿐이다.
그밖에 사후청심환(:죽은 뒤에 청심환을 찾는다), 실마치구(:말 잃고 마구간 고친다), 실우치구(: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등도 같은 뜻이다. 우리말 속담 '늦은 밥 먹고 파장() 간다', '단솥에 물 붓기'도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 장이 끝난 뒤에 가 보았자 소용없고, 벌겋게 달아 있는 솥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보았자 솥이 식을 리 없다는 말이다. 


2020.2.29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