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구축(驅逐)

아판티(阿凡提) 2013. 9. 10. 05:11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잠수함과 함께 기동 훈련 중인 대한민국 해군의 구축함 모습.

 

해군의 함정 중에 다수를 차지하는 게 구축함(驅逐艦)이다. 이 ‘구축’의 우선적인 의미는 몰아내다, 쫓아내다 등이다. 말을 몰고 다니는 일이 구(驅)요, 그렇게 해서 상대를 몰아가는 게 축(逐)이다. 물론 해군 함정의 구축함이 지니는 용도가 쫓고 몰아내는 행위에만 있지 않다. 적의 잠수함과 해상 함정을 공격해서 격파하는 게 주 임무다.

 

영어로 ‘Destroyer’라는 공격 및 파괴형의 함정을 ‘구축’이라는 말로 번역을 했으니, 이 한자 단어에는 아무래도 ‘쫓아내다’ ‘몰아가다’의 의미를 한 단계 넘어선 공격적 의미가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옛 전쟁의 전략적 무기인 말이 적을 향해 공격을 펼칠 때 효과적인 수단이었음은 더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구축은 원래 전쟁 용어다.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서 종국에는 치명적인 방법으로 없앤다는 의미를 띤다. 그에 따라 파생한 단어들은 제법 많다. 백해무익의 해충을 잡아 없애는 일이 구충(驅蟲)이요, 그런 약품이 바로 구충제(驅蟲劑)다. 해충을 대대적으로 박멸하기 위해 벌이는 일을 우리가 ‘구제(驅除) 사업’이라고 적는 이유다.

 

말이나 가축 등을 이리저리 잘 몰아가는 일은 구사(驅使)라고 하는데, 문장 등에서 수식어 등을 잘 섞어 사용하는 일에도 이 단어를 붙인다. “단어를 잘 구사한다”고 할 때가 바로 그 예에 해당한다. 逐이라는 글자도 우리 생활에 바짝 붙어 있다. ‘몰아서 쫓아내다’라는 의미의 축출(逐出)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제법 익숙하다. ‘손님을 쫓아내라는 명령’이 축객령(逐客令)이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秦始皇)과 관련이 있는, 족보가 뚜렷한 한자 단어다.

 

대한민국 국회가 그런 ‘구축’의 작업에 나섰다. 국정원이 내란의 혐의가 있는 통진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그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일부 그 내용이 밝혀지면서 정치권에 몸을 들인 혐의자에게 국회가 ‘축객령’을 발동했다.

 

나라 안보의 초석을 뒤흔드는 요소들을 구축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혐의 내용의 정확한 입증, 실정법의 엄밀하면서도 공정한 적용에는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 유해한 대상을 제대로 쫓아내기 위해서는 말머리를 제대로 몰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법과 그가 정한 절차 등을 빈틈없이 훌륭하게 ‘구사’하는 능력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2013.9.1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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