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당당(堂堂)함’이 그립다

아판티(阿凡提) 2013. 9. 13. 05:20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일본 옛 명화. 우리는 이를 흔히 '집채 만 한 파도'라고 부른다. '집채 같다'는 표현은 한자로 헌연(軒然)이다. 왜 그럴까.

 

 

네모에 번듯함을 추구했던 게 과거 동양의 집 모습이다. 대개 남북으로 난 축선을 따라 동서남북의 방위에 맞춰 집을 짓는데, 그 가운데 가장 공개적인 장소이며 전체 건물의 중앙에 놓이는 집채가 바로 당(堂)이다. 굳이 말하자면, 주택 전체의 중심이자 상징이다.

적장자를 중심으로 펼치는 종법(宗法)의 그물망을 제대로 구현한 옛 중국의 주택은 반드시 이런 구조를 지닌다. 가운데 있는 정방(正房)이 곧 이 당이라는 건축물에 들어서며, 이곳에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거주한다. 나머지는 제가 지닌 집안의 신분과 위계(位階)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생활한다.

 

문헌에 따르면 한(漢)나라 이전에는 이곳을 ‘당’이라 적었고, 그 이후에는 ‘전(殿)’이라 표기했다고 한다. 그와는 상관없이 이 건물은 당옥(堂屋) 또는 정옥(正屋) 등의 이름으로 남아 여전히 ‘전체 주택의 본채’ ‘무리의 핵심’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우리말에 ‘당당하다’라는 표현은 예서 나왔다. 전체 주택의 핵심으로 가장 번듯하고 그럴 듯하게 짓는 건물, 게서 우러나오는 ‘우뚝함’ ‘자랑스러움’ ‘번듯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 앞에 바를 정(正)이라는 글자를 반복해서 쓰면 바로 ‘정정당당(正正堂堂)’이다.

 

변 사또가 옥에 있던 춘향이를 끌어다가 매질하던 곳이 바로 동헌(東軒)이다. 조선시대 일반 관청의 본채 건물이 들어 있던 곳을 말한다. 이 동헌의 헌(軒)은 원래 앞이 높고 뒤가 낮은 수레를 뜻하는 글자였다가, 나중에는 처마 등이 높은 건물을 형용하는 말로 정착했다. 그 모습이 우뚝하고 높아 모든 집채의 으뜸이라, 우리는 그 글자를 빌려 ‘헌헌장부(軒軒丈夫)’라는 말을 만들었다. 모습이 장대하고 듬직한 사내를 형용하는 말이다.

 

요즘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떠올려 본 단어들이다. 대통령 시절 위풍(威風)이 ‘당당’하기 그지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재직 시절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돈 제 때 환원치 않아 마주친 인생 노년의 곤경이 혹심하다. 돈 잃는 것이야 둘째다. 끝까지 부여잡고 놓지 않았던 재물 때문에 염치까지 잃어 명예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집의 모양새를 보며 당당함과 헌헌함을 새겼던 동양의 옛 사람들은 사실 그 집의 외형에만 눈길을 두지 않았으리라. 집의 생김새를 보면서 그를 마음속으로 닮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찌 전 전 대통령만 탓할 수 있으랴.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며 헌헌한 멋진 사람 누굴 꼽을 수 있을까. 아서라, 말아라, 손가락만 괜히 뻣뻣해질라.

 

2013.9.13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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