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27.사람은 잔인(殘忍)한가…

아판티(阿凡提) 2013. 12. 14. 08:16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 그는 봄을 잔인하다고 읊었다. 이번 글의 주제가 '잔인'이다.

 

잔(殘)이라는 글자는 다른 존재 등을 ‘해친다’는 게 으뜸 새김이다. 거기서 다시 본체(本體) 등이 잘려나간 상태, 즉 ‘나머지’의 뜻을 얻는다. 잔여(殘餘), 잔존(殘存) 등이 그 예다. 이어 ‘잔인하다’ ‘잔혹하다’ 등의 새김까지 획득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가 ‘잔인(殘忍)’이다. 앞의 ‘殘’이라는 글자는 그 새김이 명확해서 문제가 없다. 뒤에 붙는 ‘忍’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이 글자의 우선적인 의미는 ‘참다’다. 인내(忍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왜 ‘殘’에 이어 붙여 ‘잔인하다’의 조어(造語)가 가능해진 것일까. 그래서 사전을 뒤적인다. 글자 뜻에는 분명히 ‘잔인하다’의 새김이 있다. 그런데 왜 ‘잔인하다’에 ‘참는다’는 뜻의 ‘忍’을 붙였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거나, 최소한 부족하다. 더 사전을 뒤적이니 이렇게 나온다.

 

동양 최초의 자전이라고 해도 좋을 『설문해자(說文解字)』의 경우다. 이 책에는 ‘忍’의 새김을 ‘능(能)’이라고 했다. 어떤 경우라도 참고 참아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사람을 지칭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忍은 ‘참다’의 대표적 새김 말고, ‘모질다’의 의미도 지녔다고 봐야 한다. 마침 한자 사전을 보니 뒷부분에 ‘질기다’의 뜻이 붙어 있다. 상황을 견뎌내 무엇인가를 이루면 그 사람은 모질고 질기다. 그런 뜻에서 殘에 忍을 붙여 ‘殘忍’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던가 보다.

 

요즘 8세 아동을 숨지게 한 계모가 화제다. 어린 생명을 상습적으로, 아울러 마구 때려 결국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으니 잔인하기 그지없다. “소풍만은 보내 달라”며 애원했던 아이의 마지막 소망까지 외면하고 곧이어 그를 죽게 버려뒀다고 하니 망연하기까지 하다. 잔인에 덧붙여 성정이 포악하면 잔포(殘暴), 그래서 독하기 그지없을 정도면 잔혹(殘酷), 더 나아가면 잔악(殘惡)과 잔학(殘虐)이다.

 

이런 사람의 성정이 곳곳에서 출현한다면 그 사회는 중증에 걸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잔혹한 역사’를 줄여 잔혹사(殘酷史)라고 적겠지. 그를 딴 영화 제목이 ‘말죽거리 잔혹사’인데, 말죽거리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이 그리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2013.12.14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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