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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가 은폐된 현대 한국의 지폐양식

아판티(阿凡提) 2015. 5. 16. 07:10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서 구성한 지폐양식은 일본 패망 이후에도 다양한 경로를 거쳐 한국 지폐양식 형성에 영향을 미쳤죠. 즉 일본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의 시간 동안 어떻게 자국에 적합한 지폐양식을 구성할 것인가를 두고 지폐형태, 언어배치, 문자와 도안 간의 비율 등 측면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고, 이 과정의 부산물들이 식민지 조선의 지폐양식에 이식되었으며,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현대 한국 지폐양식의 토대로 탈바꿈했습니.

 

한국에서 식민지적 지폐양식을 떨쳐버리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 이승만 정부는 대한제국 시기 사용된 화폐단위인 환()을 도입하고 일본식 화폐단위인 원()을 폐지했지만, 박정희 정부는 다시 원 화폐단위를 복구했습니.

 

1945년 광복 이후 남한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식민지 시기 발행된 조선은행권이 여전히 법화로 사용되었는데, 다만 1946 7월 발행된 정() 백원권을 시작으로 일본어 문구 삭제와 일본 정부 문양의 무궁화 꽃으로의 교체 등 식민지 지폐양식에서 탈피하여 주권국가 지폐양식 만들기가 시작되었죠. 특히 이승만 정권 수립 이후인 1949 9월 새로 발행된 조선은행권 오원 및 십원 지폐 전면에는 식민지 시기의 도안을 제거하고독립문도안을 각인했습니 

 

박정희 정부가 원래 의도한 지폐 도안 체계는 세종대왕(백원)-이순신(오백원)-이황(천원)-이이(오천원)-석굴암(만원)이었죠. 이는 당시 오천원권과 만원권의 경우 매우 큰 돈이었기에 실제로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자주 볼 수 없었고, 백원, 오백원, 천원 등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지폐였습니다.

 

즉 박정희는 자신이 스스로 동일시하고자 했던 세종대왕과 이순신 등을 주요한 지폐 표상으로 강조했고, 나아가 다른 지폐 도안 또한 매우 의도적으로 배열했죠. 이는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박정희 정권에서 원래 의도한 지폐도안 체계는 특정 지역 중심의 국가 통합과 배제였죠. 그러나 석굴암 만원권 지폐 도안이 당시 불교계의 반대로 철회되고 세종대왕이 만원권 지폐 도안으로 다시 활용되면서, 그 의도는 오늘날까지의도치 않게은폐될 수 있었습니.

 

문화적 정체성은 그 의도 또는 기원과 달리 역사적 흐름에 따라 새로운 텍스트로 변화될 수도 있기에, 오늘날 한국 지폐양식 그 자체가 여전히 지역주의적 텍스트로만 해석될 수만은 없죠. 그러나 현재 한국의 지폐양식은 21세기 한국, 통일 한국, 중국의 재부상과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라는 새로운 시공간적 맥락에서 재구성될 필요는 있습니.

 

'지역주의가 은폐된 현대 한국의 지폐양식'이라는 제목의 아래 글은 인천대의 중국관행연구사업단에서 발표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지폐의 양식에 의도된 저의가 있었다는 것은 아판티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중국의 지폐 6종(1,5,10,20,50,100위안)을 모두 장식하고 있는 마오쩌동초상화에서 그의 중국 내 위상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5.5.16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지역주의가 은폐된 현대 한국의 지폐양식(150401, 중국관행연구사업단).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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