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의회민주주의의 멋 & 발본색원(拔本塞源)

아판티(阿凡提) 2016. 5. 13. 05:22

영국의 의회, 영국의 정치에는 ''이 있습니다. '젠틀맨십'이 기반한 룰입니다. 박권상 필자가 이 '신사의 속성'을 세 가지로 정리했더군요.

첫째는 자제력입니다. 절도, 신중함, 사려 깊은 예의범절입니다.

둘째는 정직성입니다. 뇌물은 신사의 단어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신사에게 말은 곧 계약이라는 겁니다.

셋째는 페어플레이입니다. 새한테도 도망갈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나무에 앉아 있는 새는 쏘지 않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영국의 선거와 의회 토론의 모든 것입니다.

 

이 젠틀맨십의 영향으로 영국 의회에서는 상대방에게 묻고 따지는 말도 의장을 상대로 한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직접 거명하지 않는데, 그러면서도 반드시 존칭을 붙이면서 시작합니다. "에딘버러 출신의 명예로운 의원께서..." 같은 식이지요. 말을 하다 감정이 격해지기 쉬우니 이런 완충장치를 만든 것입니다.

물론 인신공격성 발언은 절대 입에 담을 수 없습니다. 거짓말쟁이, 겁쟁이, 멍청이, 악당 등의 말을 동료의원에게 쓰는 것은 금기입니다. 그리고 매일 2시 반부터 열 시간 이상에 걸친 토론의 연속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고받는 토론(디베이트)이어야지 일방통행식의 연설(스피치)은 안된다고 합니다.

 

주요 정책에 관해서는 총리가 야당 당수와 사전에 의논한다는 '관례'도 인상적입니다. 19세기 후반의 디즈레일리(보수)와 글래드스톤(자유)은 영국사에서 걸출했던 수상들이었지요. 디즈레일리가 수상으로 있을 때 중요한 정부시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꼭 글래드스톤에게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글래드스톤은 자유당 의원들에게 발표될 정부정책을 비판할 준비를 하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야당에게 비판을 준비할 여유도 주지 않고 기습적으로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면, 당연히 권위있고 의미있는 비판과 반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야 토론이 될 수 없고, 그래서야 최선의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이런 '멋있는 관례'가 생긴 이유였습니다.

 

총선 후 다소 생소한 3당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결과인 만큼 오래묵은 악습을 발본색원(拔本塞源: 나무를 뿌리째 뽑고 물의 근원을 없앤다는 뜻으로, 폐단의 근본 원인을 모조리 없앤다는 말)하고 영국과 같은 멋있는  의회민주주의 시대가 되길 빌어 봅니다. 위 글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빌어온 글이다.

 

 《춘추좌씨전()》의 〈소공() 9년 조〉에 나오는 말이다. 《좌씨전()》에 따르면 “나에게 큰아버지는 옷에 갓과 면류관이 있으며, 나무와 물에 근원이 있고, 백성에게 지혜로운 임금이 있는 것과 같다. 큰아버지께서 만약 갓을 부수고, 근본을 뽑아 근원을 틀어막아 오직 지혜로운 임금을 버리신다면 비록 오랑캐라 할지라도 어찌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겠는가[ ].”라고 되어 있다.

그가 말하는 발본색원의 취지는 한 마디로 하늘의 이치를 알고, 사람들은 그 욕심을 버리라는 것으로, 사사로운 탐욕은 그 근원부터 없애고 근원을 철저히 차단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발본색원은 부정부패 척결, 범죄 조직 소탕 등과 같은 주로 사회의 암적인 면을 뿌리째 뽑아 재발을 방지하는 데 인용된다.

 

 

2016.5.13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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