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분별도 오래하면 썩습니다 & 수서양단(首鼠兩端)

아판티(阿凡提) 2018. 8. 11. 06:55

옛 사람의 말에, 일곱 번 호흡하는 사이에 결심한다고 한다. 다카노부공은 "분별도 오래하면 썩는다"고 말씀하셨다. 나오시게공은 "무슨 일이든 지루하게 끌면 열 가운데 일곱은 그르친다. 무사는 매사를 민첩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121)

 

야마모토 쓰네토모의 '하가쿠레' 중에서(사과나무

 

(예병일의 경제노트)

우리는 살피기만 하고 결정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걸 '신중함'으로 스스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남는 것은 없습니다.

 

-"일곱 번 호흡하는 사이에 결심한다."

-"분별도 오래하면 썩는다."

-"무슨 일이든 지루하게 끌면 열 가운데 일곱은 그르친다. 무사는 매사를 민첩하게 처리해야 한다."

 

일본에서 전해 내려오는 말들입니다.

살피기만 하고 결정을 주저하는 수서양단(首鼠兩端: 머리만 내놓은 쥐가 주위를 살핀다는 뜻으로, 주저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 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기회만 엿보는 태도) 처럼 요즘의 우리에게 해주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분별도 오래하면 썩습니다, 일곱 번 호흡하는 사이에 결심하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위 내용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사기()》 〈위기무안후열전()〉에 유래하는 말이다.

서한(西)시대에 위기후()와 무안후()라는 귀족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황실의 외척으로 위기후 두영()은 5대 황제인 문제()의 처조카였고, 무안후 전분()은 6대 황제인 경제()의 처남이었다. 문제의 재위 기간에는 위기후가 나이도 훨씬 많고 지위도 높았기에 무안후는 위기후를 예우하였다. 그러나 문제가 죽고 경제가 왕위에 오른 후, 황제의 처남인 전분의 신분은 위기후보다 높아졌고 무안후라는 작호까지 받아 막강한 세력을 갖게 되었다.

경제가 죽고 무제() 재위 때, 승상 무안후가 연나라 왕의 딸을 부인으로 맞아 잔치를 열었다. 위기후는 무안후를 달갑지 않아하던 그의 친구 관부() 장군을 억지로 데리고 가 참석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고 무안후가 일어나 축배를 들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엎드리며 공경을 표했다. 이어서 위기후가 건배를 하자 몇 명만 정식으로 인사 할뿐 대부분이 형식적으로 대강 자세를 취했다.

 

이에 기분이 언짢아진 관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사람들에게 술을 따르면서 무안후에까지 나아갔다. 술을 받은 무안후는 마시지도 않고 잔을 내려놓았다. 관부는 더욱 화가 났으나 참고 이어서 임여후()에게 잔을 건넸다. 하필 그때 임여후가 옆에 있던 장수 정불식()과 귓속말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미처 잔을 제대로 받지 못해 관부를 무시한 것처럼 되고 말았다. 속으로 참고 있던 관부는 임여후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화가 난 무안후는 관부를 잡아 가둬두었고 관부가 이 자리를 모욕한 행태와 더불어 이전에 있었던 일까지 들춰내 무제에게 고했다. 원치 않던 관부를 일부러 데려갔던 위기후는 온 힘을 다해 관부를 구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황제를 찾아가 관부가 몹시 취해서 저지른 일인데 무안후가 다른 일을 가지고 죄를 씌워 벌하려 하는 것이라 고하며 무안후의 뜻대로 되지 않도록 막고자 하였다.

 

양쪽의 얘기만 듣고는 시비를 가릴 수 없었기에 무제는 여러 중신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그 누구도 나서서 어느 쪽이 잘못했다고 분명히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위기후와 무안후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어사대부() 한안국()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그 역시 대답을 회피하며 얼버무렸다. 믿었던 한안국에게도 신통한 답을 듣지 못한 무제는 조회를 끝내버렸고, 이번 기회로 관부와 위기후의 위세를 완전히 꺾어버리려고 했던 무안후는 궁궐 바깥문에서 한안국을 불러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당신과 함께 늙은이(위기후)를 제거하려고 했는데, 공은 어째서 구멍에서 머리만 내밀고 이쪽저쪽 살피는 쥐새끼처럼 처신했던 거요?()"

이 고사에서 유래하여 수서양단은 구멍에서 목을 내밀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쥐처럼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 또는 두 마음 먹고 기회를 살피는 모습을 뜻한다. 같은 의미로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는 뜻의 좌고우면()이 있다.

 

 

2018.8.11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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