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금융 이야기/중국 주식

중국증시 커촹반이 뭐길래 & 붕정만리(鵬程萬里)

아판티(阿凡提) 2019. 4. 20. 07:13


A라는 회사는 2015년 중국 저장성에 설립된 전기차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이다. 그동안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전기차 관련 특허만 수십개다. 벤처투자자들은 A라는 회사 가치를 20억 위안( 3310억원) 이상으로 매기고 있다. 하지만 A 회사는 아직 흑자 전환엔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기자가 가상으로 설정한 상황이다. 누가봐도 성장 잠재력이 커보이는 A 회사엔 그동안 중국 증시에 상장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A 회사도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 바로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을 통해서다. 중국은 커촹반을 통해 A 회사 같은 혁신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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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엔 이미 상하이, 선전 메인보드를 비롯, 선전 거래소엔 중소기업 전용증시 중소판(中小板), 벤처기업 전용증시 창업판(創業板)이 개설돼 있다. 그런데도 중국이 또 다시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 증시인 커촹반을 만드는 데 속도를 내는 이유는 기술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려는 데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지면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미래 경제 성장동력인 혁신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커촹반을 통해 미래 혁신 기업들이 자금 조달 채널을 한층 더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그래서 커촹판에 대해선 기존 증시와 차별화된 획기적인 조치가 마련된다

지난달 30일 상하이거래소가 발표한 커촹반 거래세칙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기업 상장이 더 수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중국이 줄곧 준비해왔던 주식등록제(
注冊制)가 커촹반에서 중국 최초로 시도되면서다

주식등록제란 현행 심사비준제(
核准制)와 달리 상장 예비기업들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검증 받으면 등록절차를 거쳐 상장하는 것이다. 상장 예비기업 서류 검증 권한이 기존의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아닌 하위기관인 상하이거래소로 이전됐다.

기업 상장 문턱도 대폭 낮췄다. 커촹반은 정보통신(IT), 첨단제조장비, 신소재, 신에너지, 환경보호, 바이오제약 등 하이테크 산업이나 전략적 신흥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면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더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순익이나 매출이 적더라도 연구개발(R&A) 투자를 많이 하거나, 우수한 기술력이나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기존 중국 증시가 최소 1년 이상 순익을 낸 기업에만 상장을 허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반면 경쟁력 없는 기업으로 판단되면 가차없이 퇴출시키는 등 엄격한 퇴출제도도 적용된다. 흑자를 내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주력사업과 무관한 거래에서 매출이나 순익이 주로 창출되는 등 해당 기업이 실질적인 경영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된 경우 퇴출시킨다는 규정 등이 새로 생긴 게 대표적이다

커촹반에는 개미투자자가 투자할 수 없다. 2년 이상 증시 투자경험이 있고, 50만 위안 이상 투자자금을 가진 투자자만 투자하도록 해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할 예정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커촹반이 출범하면 단기적으로 중국 본토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증시가 한층 더 성숙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왕후이황(
王輝煌) 중싱후이진투자 매니저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자금이 중국 증시에 더 많이 몰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붕정만리(鵬程萬里: 붕새를 타고 만리를 나는 것을 뜻하며 먼 길 또는 먼 장래를 이르는 말)를 기대하고 있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아주경제>의 기사내용을 옮겨온 것이다.




장자()》〈소요유편()〉에 나오는 말이다. 장자는 전설적인 새 중에서 가장 큰 붕()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북쪽 바다에 곤()이라는 큰 물고기가 있었는데 얼마나 큰지 몇 천리나 되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붕이 되었다. 날개 길이도 몇 천리인지 모른다. 한번 날면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같았고[ ], 날개 짓을 3천 리를 하고 9만 리를 올라가서는 여섯 달을 날고 나서야 비로소 한번 쉬었다."

붕정만리는 말 그대로 붕이 날아 가는 만 리를 가리키는데, 거대한 붕이 만리나 나니 그 거리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원대한 사업이나 계획을 비유할 때, 비행기를 타고 바다 건너 멀리 여행하거나 앞 날이 양양한 것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반면에 작은 새들이 붕이 날아 가는 것을 보고 "도대체 저 붕은 어디까지 날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비록 숲 위를 날 정도로 멀리 날지는 못해도 나는 재미가 그만인데"라고 빈정대며 말하는 것을 상식적인 세계에 만족하고 하찮은 지혜를 자랑하는 소인배에 비교하였다. 즉 소인이 대인의 웅대한 뜻을 모르는 것과 같으며, 한국 속담에도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겠느냐’가 있다. 


2019.4.2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중국증시 커촹반이 뭐길래(190219, 아주경제).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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