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사회

신•구화교 융합의 길 & 막역지우(莫逆之友)

아판티(阿凡提) 2020. 3. 5. 05:04


화교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가지 요인은 바로 세대교체와 새로운 화교구성원의 참여다. 현재 화교는 초창기 1대와 2 조부(祖父) 시대를 지나 3대와 4 심지어는 5대로 이어지는 자손(子孫) 시대를 맞고 있다. 이들 젊은 세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그토록 고집하고자 했던 국적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개중에는 아예 한국으로 귀화를 선택해화교에서화인으로 자신의 신분을 이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경이라는 장벽을 상시적으로 넘나드는 이른바 월경(越境) 흐름이 세계적 대세가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이들의 국적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국적이동에 대한 거부감의 감소는 아마도 당연한 추세일 것이다. 이제 그들은 이상 차이나타운이라는 좁다란 울타리에 결박되지 않은 한국의 주류사회와 꾸준히 소통함으로써 자신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널리 발휘할 있는 기회를 점차 부여받고 있고 또한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화교 사회 변화의 번째 요인은 이른바()화교 화교 사회의 다른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것이다. 누대에 걸쳐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화교와 후대를()화교 한다면, 1990년대 이후 중국 대륙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이들은 상대적으로신화교라고 불린다. 이들 중에는 이른바 개혁·개방 이후 활발해진 중국의 대규모 유학 붐에 힘입어 한국에 왔다가 그대로 정주한 경우도 있고, 기존의출가형(出稼型, 돈벌이를 위해 주로 단신으로 건너오는 형태)’ 답습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주로 IT, 금융, 학술연구 최첨단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거나 한국의 대기업에 취직해 · 경제교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이들이다. 후자는 방문취업이나 친척(주로 구화교) 초청을 통해 한국에 주로 육체노동으로 삶을 연명하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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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한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는 결혼이민의 형태 역시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구화교들 중에는 세대교체를 거듭하는 가운데 점차 자신들의 전통적인 중국 색채와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화교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구화교에게 있어서 매우 긴박하고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구화교 1세대의 상당수는 이미 작고했거나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80 전후의 고령들이다. 2세대도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벌이기에는 사실 버거운 나이라 하지 않을 없다.


반면, 그들의 후손인 3대와 4대는 1990년대 이후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신화교와 상당부분 연령적으로 겹치는 세대다. 그런데 오히려 구화교와 신화교의 교류와 협력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이들은 대부분 1세대와 2세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여전히 교령(僑領)들로서 화교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고 후속세대를 통한 화교 사회 리더십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구화교 커뮤니티 내부에서 3, 4 젊은 세대들의 리더십 재생산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화교 사회 발전에 참여해 활동할 있는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다발적으로 연령적으로 비슷한 신화교와 소통하고 협력할 있는 막역지우(莫逆之友: 서로 거스르지 않는 친구라는 뜻으로, 아무 허물없이 친한 친구)로서의 교류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아마도 이는 한국 화교 사회 전체가 직면한 과제일 것이다. 실험은 이미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관행중국>에서 발표해 주었다.



장자()》 내편() 대종사()에 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내용의 우화가 나온다. 이 우화는 둘 다 바깥의 사물에 얽매이지 말고 천리()를 좇아 마음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으로, 그 도입부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도 물론 가공 인물이다.

‘어느 날 자사()·자여(輿)·자려() ·자래() 네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능히 없는 것으로써 머리를 삼고, 삶으로써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써 엉덩이를 삼겠는가. 누가 생사존망()이 일체임을 알겠는가. 내 이런 사람과 벗이 되리라.” 네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 ).’ 그 뒤로 이들이 병이 들고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초연한 모습이 이어진다. 



2020.3.5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신•구화교 융합의 길(200301, 관행중국).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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