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문화

문화의 시작은 문신(文身) & 갑남을녀(甲男乙女)

아판티(阿凡提) 2021. 6. 7. 12:38

아마도 필자와 같은 장년 세대 중에 문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바늘로 몸에 그림을 그리는 자체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고귀한 몸에 생채기를 내는 매우 불경한 행위로 인식하는 유가적 전통의 영향을 무시할 없다.

 

실제로 몸을 함부로 해하지 않는 것을 효의 시작(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이라고 보았던 공자(孔子) 문신을 오랑캐의 야만적인 풍습으로 비하하며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둘째, 동아시아 지역에서 문신은 수천 동안 형벌로서 기능해왔다. 일명, 묵형(墨刑), 자자형(刺字刑)이라고 해서 죄인이나 노비의 얼굴 등에 영구히 지워지지 않는 글자를 새겨넣는 형벌이다. 이는 달리 경형(黥刑)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통상경을 이라고 때의 () 바로 이것이다.

셋째, 문신은 사회 주류에 속하지 못하거나 속할 없는 부정한 집단들의 불량한 행위로 여겨져 왔다. 우리가 문신을 교도소 수감 죄수나 일본 야쿠자 같은 소위조폭들이 하는 매우 불손한 행위 정도로 생각하는 예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는 과거에도 있었다. 중국 사대기서(四大奇書) 중의 하나인 『수호전(水滸傳)』에 등장하는 108명의 도적(좋은 말로 好漢이라 한다.) 가운데, 사진(史進) 노지심(魯智深)이란 인물이 있다. 그런데 사진은 몸에 아홉 마리의 문신이 있다고 해서 구문룡(九文龍)이란 별호가 있고, 노지심은 어깨에 그림이 새겨 있다고 해서 화화상(花和尙)이라 불렸다. 모두 문신과 관련된 별칭이다. 이렇게 보면, 옛날에도 문신은 이른바 주류사회에 편입될 없는 비주류집단의 사회적 분노와 저항의 표현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통상 타투라고 불리는 문신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일종의 예술적 행위이자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문신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을 매체를 통해 보는 거의 일상화되었고, 거리를 다니다 보면,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도안의 문신을 일반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있다. 이제 문신은 선호의 차이에 따라 자유롭게 행할 있는 선택적 행위 이상은 아니다. 여기에는 이상 시비나 선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문화의 시작은 어쩌면 문신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요즘 문신을 하는 갑남을녀(甲男乙女: 평범한 남녀를 이르는 한자성어)는 문화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고 나아가 그것을 새로운 유행과 취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요즘 말로 뉴트로나 힙트로일 수도 있겠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관행중국>의 발표 내용을 옮겨온 것이다.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라는 뜻으로, 특별히 이름이나 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보통사람을 말한다. 대수롭지 않은 평범한 남녀를 뜻하는 필부필부(匹夫匹婦),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라는 뜻으로 보통의 평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장삼이사(張三李四)와 비슷한 말이다. 갑과 을이라는 글자는 천간(天干)에서 따온 말이다.

천간으로는 갑(甲)·을(乙)·(丙)·(丁)·(戊)·기(己)·(庚)·신(辛)·(壬)·계(癸) 등의 십간(十干)이 있는데 갑은 양(陽), 을은 음(陰)으로 음양의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다. 성별(別)을 나누어 보면 양은 남자, 음은 여자로 구분되므로 갑남(甲男)은 불특정한 남자를 말하고 을녀(乙女)는 불특정한 여자를 가리킨다. 갑과 을은 불특정한 인물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갑·을에서 유래한 갑남을녀는 불특정한 남자와 여자를 의미한다.

 

2021.6.7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문화의 시작은 문신(210501, 관행중국).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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