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소위 ‘핵무기’급 제재로도 불리는 SWIFT망 퇴출이 결정되면서 중국의 결제망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CIPS)’이 러시아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CIPS는 2015년 중국 정부가 만든 자체 국제 위안화 결제시스템이다. 이는 중국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이 급증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금융개혁조치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아울러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위안화 거래를 늘리고 미국 달러와 서방의 결제시스템 의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국제자금결제에서 여전히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SWIFT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로 30%대의 달러화나 유로화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그 외에도 중국은 페트로달러 체제(Petrodollar, 글로벌 원유거래의 달러화 결제 체제)에서 탈피하고자 2018년 상하이에 위안화 결제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한 바 있다. 알려지다시피 페트로달러 체제는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유지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2014년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착수하여 2020년부터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다. 시범 단계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초로 법정 디지털화폐를 사용 중인 나라다. 이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적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2021년 1월 중국 인민은행과 SWIFT는 ‘파이낸스 게이트웨이(Finance Gateway Information Service Limited)’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와 파이낸스 게이트웨이 설립을 두고 화폐관리 비용 절감과 위조 및 자금세탁 방지, 안정적 역외 거래 등을 내세웠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홍콩보안법 사태 등 일련 사건을 거치면서 중국 내부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SWIFT와 페트로달러 체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디지털 위안화의 유통을 확대하면서 서방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위안화의 현재 위상을 고려하면 러시아 제재로 인한 위안화의 위상 강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CIPS 처럼 중국이 고안한 대체 시스템이 현재의 주류 시스템을 완전히 탈피할 수 없는 점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번 러시아 제재는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의지를 더욱 고취시키고, 적어도 역내 위안화 거래 확대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들의 고뇌의 시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관행중국>의 발표 자료를 옮겨온 것이다.
2022.4.1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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