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기로(岐路)

아판티(阿凡提) 2013. 7. 18. 19:44

중국어의 뿌리가 곧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잘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식’의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를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기로는 곧 갈림길이다. “인생의 기로에 섰다”라거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등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사람의 삶은 늘 그런 갈림길에 접어든다. 이리 갈까, 아니면 저리 갈까. 한 번 발을 들여놓은 길, 멈춰 돌아가기에는 버겁다. 되돌아온들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다.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좋은 길, 내가 가야 하는 길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갈림이라는 뜻의 ‘기(岐)’와 길이라는 새김의 ‘로(路)’를 엮어 만든 단어다.

 

양주(楊朱)라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가 있다. 극단적인 쾌락주의자라고 일부는 그를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가 갈림길에 관해 꽤 깊은 사색을 펼쳐 보인 장면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한반도 버전의 속담이 예서 유래했다.

 

그의 이웃이 양(羊)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친지와 하인들을 동원해 양 찾기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나섰지만 그들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양주가 “왜 양을 찾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도대체 어떤 길로 가서 양을 찾아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양주는 그런 대답을 듣고 어두운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고 했다.

 

이 양주의 일화는 <열자(列子)>라는 책에 등장한다. 갈림길이 많아 결국 양을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양주의 이어지는 깊은 사색이 눈길을 끈다. 그의 일화는 ‘갈림길에서 양을 잃어버리다’라는 뜻의 ‘기로망양(岐路亡羊)’이라는 성어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진다.

 

여기서 잃어버린 양은 내가 종국에 이르러야 하는 목적 또는 진실을 의미한다. 길은 그를 찾기 위한 방도이자, 방편이다. 따라서 방법을 제대로 모색하지 못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진실에 도달할 수 없는 법이다. ‘기로망양’은 제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예시하는 성어다.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그들은 자국이 일으킨 침략과 전쟁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위안부에 관한 발언이나, “침략은 국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개념”이라는 어불성설의 변명만 늘어놓는다. 그들은 그로써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군국주의 일본이 촉발한 침략과 전쟁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 엄연한 진실을 부정하려는 속셈은 보수적 분위기의 일본 국내 표밭을 갈아 선거전에서 승리하는 데 있다. 그 점에서 보면 일본은 갈림길을 이미 넘어섰다. 과거를 사죄하고 동아시아의 훌륭한 이웃으로 성장하는 그런 좋은 길을 놓치고, 선동적인 정치인들이 이끄는 과거사 부정의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느낌이다.

 

그 갈림길에서 양을 잃었더라도 ‘이제 다시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라는 각오로 나서면 ‘양을 잃었어도 외양간을 고치라’는 뜻의 ‘망양보뢰(亡羊補牢)’다. 그러나 이어지는 일본 정치인들의 선동을 보노라면 일본은 그 외양간마저 고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들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양을 잃을 염려는 없을까. 옳은 길을 선택해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닥칠 기로는 무엇일까.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큰 방향을 놓치지는 않았을까. 잠시 잘못 접어든 갈림길에서도 전체를 돌아보며 스스로 고쳐야 할 우리 마음속의 ‘외양간’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이다.

 

2013.7.19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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