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명품(名品)

아판티(阿凡提) 2013. 7. 30. 05:12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루이뷔통과 샤넬 등 이른바 ‘명품’이 발을 디딘 지 30년이라는 한 일간지의 보도가 있었다. 처음부터 고가의 이런 비싼 제품들이 ‘명품’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사치품(奢侈品), 고가의 제품, 호사품(豪奢品) 정도로 불렸을지 모른다. ‘명품’이라는 단어로 정착한 계기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이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 구입에 나서면서 그런 이름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어 중의 ‘품(品)’이라는 글자는 원래 ‘많은 사람’의 뜻으로 출발했다고 보인다. 동양의 초기 사전격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여러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입을 뜻하는 ‘구(口)’라는 글자가 세 개 모여 있으니 그런 의미를 획득한 모양이다. 나중에 ‘물건’ ‘제품’ 등의 뜻이 보태져 물품(物品), 식품(食品), 제품(製品), 상품(商品) 등의 무수한 명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글자의 본래 뜻은 ‘여럿’에서 점차 번져나가 ‘여럿이 의논하는 일’, 더 나아가 ‘감상(鑑賞)’ 또는 ‘평가(評價)’의 뜻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게 ‘품평(品評)’이다.

 

‘계급’이나 ‘서열’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 늘어서 있는 품계석(品階石)이 그 예다. 옛 조선의 관료들이 왕이 주관하는 조회(朝會)에 참석할 때 자신의 벼슬을 새긴 비석 앞에 서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다. 그들의 서열은 벼슬의 높낮이를 가리키는 각자의 ‘품계’에 따라 정해졌다. ‘품위(品位)’도 사실은 그와 같은 뜻이다. 서열(品)의 자리(位)를 가리키는 말인데, 요즘은 “품위를 잘 지켜라” 등으로 쓴다. ‘품격(品格)’이라는 단어도 다를 게 없다. 제 처지에 맞는 격이 곧 품격이다. 역시 제 처지를 잘 모르고 까불거리면 옆의 사람은 “품격도 없이…”라며 끌탕을 친다.

 

중국은 이 명품을 ‘명패(名牌)’로 표기한다. ‘유명 브랜드’라는 의미다. 왜 같은 품자를 써서 ‘명품’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여러 답이 있겠으나,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 글자를 ‘평가’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상한다는 뜻의 단어 ‘품상(品嘗: 우리도 사용한다)’, 맛을 본다는 의미의 ‘품미(品味)’ 등 그런 용례가 매우 발달했다. 우리처럼 ‘물건’ ‘제품’ 등의 뜻도 없지는 않으나, 그렇게 물건을 직접 지칭할 경우에는 ‘화(貨)’라는 글자를 오히려 많이 쓴다.

 

그나저나 너무 지나치면 부족함만 같지 못한 법이다. 그래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까. 명품이나 명패나 그에 사족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미쳐버리면 탈이 날 법하다. ‘명품’은 ‘유명 고가품’이라는 의미에 앞서 ‘제대로 만든 물건’이라는 의미다. 국내의 장인(匠人)들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만든 진짜 ‘명품’에도 눈을 돌려보자.돈 좀 있다고 비싼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 마구 사들이는 사람을 우리는 품격과 품위를 갖춘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빚을 내면서까지 허영을 좇으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품격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과시를 위해 제 몸 치장하는 ‘명품’은 그 사람의 품격을 허무는 독소(毒素)이기도 하다.

 

 

2013.7.3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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