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2.검찰(檢察)과 성찰(省察)

아판티(阿凡提) 2013. 11. 8. 05:07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올해 4월 검사 신규 임용 신고식 장면이다. 날카로운 사법의 칼로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사람들이 검사,
그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 검찰이다

 

요즘 검찰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축첩이니, 혼외의 아들이니 불명예스러운 단어들과 함께 말입니다. 그 검찰이라는 단어,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검사하여 살피는 일’로 나와 있죠. 그렇지만 위법이나 탈법의 사례를 적발하는 행위, 즉 검거(檢擧)에 이어 그 대상자의 잘못 유무를 깊숙이 살핀다는 게 원래의 뜻으로 보입니다.

 

경찰(警察)도 그런 뜻에서 뜯어볼 글자의 조합이죠. 경계하다는 뜻의 ‘警’이라는 글자와 살핀다는 뜻의 ‘察’이라는 글자의 합성입니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검찰은 사법(司法)적 차원의 살핌이고, 경찰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치안(治安) 차원의 살핌이죠.

 

그 ‘찰’은 사전적으로 보면 ‘자세히 살핌’ ‘거듭 살핌’의 뜻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영문도 모른 채 남에게 당하는 일이 가장 어리석죠. 그를 피하려면 주변의 상황을 잘 살펴야 좋습니다. 눈으로 사물이나 상황을 좇으면서 살피는 일이 관찰(觀察)이고, 시찰(視察)이겠죠. 공무원의 행위가 적법한지를 따지며 살피는 일이 감찰(監察)이자 독찰(督察)입니다. 사법 기관의 공무원이 일반인 뒤를 잘못 캐다가 얻어맞는 ‘민간인 불법 사찰(査察)’도 그 한 행위이죠.

 

아무튼 상황의 앞뒤를 자세히 헤아려 옳고 그름의 시비(是非), 착함과 못됨의 선악(善惡)을 제대로 가린다면 얼씨구나 좋을 일이죠. 그래서 밝게 살핀다는 뜻의 ‘명찰(明察)’이라는 단어가 있고, 그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훤히 그 속을 꿰뚫는다는 의미의 ‘통찰(洞察)’이라는 단어도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남만 살피면 뭐하나? 제 속을 깊이 살펴 행위에 진정성과 신중함을 얹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성찰(省察)’일 것입니다. 이 단어의 두 글자 모두 ‘살핀다’의 뜻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省’은 ‘반성(反省)’의 의미로 진화했죠. 외부로 나돌기만 하는 살핌의 시선을 안으로 돌려 스스로를 살피는 행위입니다.

 

성찰이 충분해야 깨끗한 시선으로 대상을 살피고, 깨끗한 칼로 시비와 선악의 경계를 끊을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검찰의 문제만은 아니죠. ‘찰’이라는 글자 들어가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먼저 필요한 일이 그 ‘성찰’ 아니라면 달리 무엇일까요.

 

2013.11.8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