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4.소질(素質)

아판티(阿凡提) 2013. 11. 29. 05:25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2013년 국정감사 모습

 

소질을 적는 두 한자는 모두 ‘바탕’을 일컫는다. 아무런 가공이 가해지지 않은 천연 상태 그대로의 바탕을 가리킨다. 앞의 글자는 그래서 ‘희다’라는 새김을 얻지만, 처음부터 색깔을 일컬었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아무 흔적도 올리지 않은 백지를 상상하면 좋다.

 

공자의 어록에 등장하는 성어 가운데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말이 있다. 가공을 거치는 게 ‘文’, 그렇지 않은 것이 ‘質’이다. 둘이 서로 조화를 이뤄 ‘빛난다’는 의미의 ‘빈빈’에 이러야 한다는 게 공자의 주장이다. 쉽게 말하자면, 타고난 바탕과 그 위에 교육 등의 가공과정을 거쳐 잘 다듬어진 면모가 서로 잘 어울려야 ‘군자(君子)’라 여길 수 있다는 얘기다.

 

소질이라는 글자는 나중의 합성 과정을 거쳤다고 보인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소박(素朴)과 질박(質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별다른 꾸밈이 없어 수수한 상태를 일컫는 단어다. ‘素’는 물질의 기본인 원소(元素), 핵심 부분인 요소(要素) 등의 단어를 낳았다.

 

그보다는 ‘質’이라는 글자의 행렬이 장관이다. 이 글자의 용도는 퍽 많다. 본질(本質), 형질(形質), 물질(物質), 체질(體質)이 우선 떠오른다.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질(球質)이 반갑겠고, 명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품질(品質)이 먼저겠다. 흙의 바탕은 토질(土質)이고, 물의 그것은 수질(水質)이다. 그렇게 ‘質’은 마냥 이어진다.

 

그러나 ‘소질’을 떠올린 이유는 어디까지나 사람의 자질(資質)이 생각나서다. 타고난 바탕에다가 일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느냐의 능력까지 얹은 단어가 ‘자질’이다. 요즘 국정감사의 철을 맞아 으름장이나 허풍, 정파적 다툼을 보이는 우리 국회의원 나리들의 자질은 어떨까. 국정감사라고는 하지만 ‘쇼’에 가까운 한심한 작태로 일관하는 의원들이 많다. 우리는 흔히 선거를 통해 뽑은 좋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들을 ‘선량(善良)’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바탕은 양질(良質)이라고 할 수 없다. 모두 상태가 비슷해 균질(均質)인 듯 보이는데, 그 수준을 따지면 분명히 저질(低質)이다. 아무튼 국정 전반이나 청문회, 국정감사 모두에 이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니 문제가 보통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이 ‘質’이라는 글자에는 ‘저당 잡히다’ ‘맡기다’ 등의 새김도 있다. 사람의 목숨 등을 담보로 누군가에게 잡혀 있는 ‘인질(人質)’이 그 용례다. ‘자질’이 ‘저질’로 보이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성질(性質)과 기질(氣質)에 국민이 인질로 묶여 있다면 과장일까. 이 글자 쓰임새가 정말 많다.

 

2013.11.29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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