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0.퇴로(退路)

아판티(阿凡提) 2014. 3. 1. 06:35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글 감사드립니다.

 

             새를 잡을 때 그물 삼면을 열어 줬다는 '관용'의 스토리 속 주인공 상 탕임금의 상상도.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 그럼, 막다른 길에 몰린 개는 어떨까. 답은 ‘담을 뛰어 넘는다’다. 중국 버전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앞의 고양이가 등장하는 속담은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말이다. 개가 등장하는 뒤의 속언은 중국에서 쓴다.

 

닥친 경우가 절박하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게 이 말의 함의라고 한다. 그러나 두 속언이 궁지에 몰린 쥐, 막다른 길에 몰린 개의 절박함만을 표현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상황 관리’의 시각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궁지나 막다른 길에 몰리는 경우가 있으면, 그 반대로 상대를 그런 상황으로 모는 쪽도 있다. 위의 말들은 그렇게 상대를 몰아가는 쪽의 우려도 담고 있다. ‘너무 몰아치면 의외의 상황이 도지는 것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중국 고대 상나라 현군인 탕(湯)임금이 들에 나섰을 때 그물을 쳐놓고 새를 모두 잡아들이려는 노인을 보고서는 “우리는 그물의 세 군데를 열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상대에게 취하는 관대한 태도를 가리키는 성어 ‘網開三面(망개삼면)’이 나온 유래다.

 

적을 몰아칠 때 여지를 남겨두는 게 전략, 전술적으로는 어떨지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생사를 다투는 싸움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런 태도를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툼의 상대방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갈 경우 위의 쥐와 개처럼 덤벼들거나, 다른 쪽으로 튀어 일을 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나아갈 때 또는 공세를 취할 때의 여러 방법도 중시하지만, 마찬가지로 물러설 때와 내려설 때의 모양새도 중시한다. 물러서는 사람을 위해, 또는 물러서는 사람이 그 자신을 위해 시간에 맞춰 빌미와 구실을 주거나 만드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나아가고 물러서는 게 다 어려운 상황이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나아감, 물러감을 균형 있게 다룬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는 길이 진로(進路), 물러서는 길이 퇴로(退路)다. 퇴각(退却)이나 후퇴(後退)는 같은 말이다. 병력 등을 거둬서 물러서는 일이 철퇴(撤退) 또는 철수(撤收)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退堂鼓(퇴당고), 下臺階(하대계)라는 말을 자주 쓴다. 앞은 원래 관리가 공무를 보던 곳에서 물러날 때 울리던 북소리를 뜻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러서는 사람을 위해 핑계거리를 주거나 또는 그 자신이 스스로 그런 구실을 찾는 경우에 쓴다. 뒤의 말은 내려서기 위해 딛는 섬돌, 즉 계단을 말한다. 역시 앞의 것과 쓰임새가 같다.

 

어쨌거나 위의 여러 단어는 나아가는 길 못지않게 물러서는 길을 중시해 나온 말이다. 모두 다툼 등에서의 상황이 극한으로 내닫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민생과 경제의 현안이 정쟁에 말려 끝없이 표류만 하는 우리 국회 모습을 보면서 떠올린 ‘물러섬’ ‘여지를 줌’의 언어적 풍경이다.

 

봄을 맞이하는 3월의 첫날입니다. 년초에 가졌던 올해의 꿈은 계획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는지 한 번쯤 체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4.3.1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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