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문화

'가운데 나라(中國)'와 패권주의 사이에서

아판티(阿凡提) 2014. 10. 25. 05:29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대부분 처음에는 개인의 신변에 관한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죠.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채워지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치와 역사 위주로 흐릅니다. 중국에 당하면 당했지, 위해를 끼치지 않았던 우리의 역사라서 그런지 중국인들은 매우 친근하게 역사 이야기를 시작하죠. 하지만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중국과 한국은 원래 하나였다',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중화사상'이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사상이 사회 각계각층, 심지어는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퍼져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죠.

 

중국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가며, 심지어는 곧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중국의 성장에 찬사보다는 반감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중화사상이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죠. 이는 위험한 역사관으로서, 중국인들 의식의 밑바닥에서 그들을 조종하여 주변국과의 마찰을 야기하며, 자칫 패권주의로 치달을 가능성마저도 보입니다.

 

우리가 흔히 '중국'(中國)이라고 부르는 개념은 현재의 국호인 '중국'()과는 다른 개념이죠. 현재의 중국은 그저 '중화인민공화국(人民共和)'의 약칭일 뿐입니다. 이에 비해 과거의 중국은 글자 그대로 '가운데 나라'라는 의미이죠. 천조(天朝)로서 '세상의 중심에서 만국을 다스린다'라는 의미로서, 그들의 세계관이 만들어낸 이상향입니다.

 

잘 알다시피 '4대 발명품'은 중국의 걸작이자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죠. 과거 중국의 이러한 뛰어난 과학기술과 제도 등은 실제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선두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의 역대 왕조 중 '중국'을 국호로 한 왕조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중국 스스로 혹은 주변국에서 중국의 왕조들을 별칭으로 그렇게 불러왔죠. 이는 주변국들이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만들어놓은 '천하질서' 체제 속에 자신을 편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주변국들은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 있는 나라'라고 인정했고, 중국 역시 '가운데 나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죠.

 

'패권주의'(覇權主義)란 말은 강대한 군사력에 의하여 세계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을 가리킵니다. 이는 1973 8월 중국 제10차 전국인민 대표대회에서 중국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을 비난하며 사용했던 말로, 영어의 '헤게모니(Hegemony)'를 번역한 말이죠. 재미있게도 현재는 중국 자신이 만든 이 말이 주변국에 의해 중국을 비난하는 말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시금 강대국이 되어가는 여정에서 중국은 지금 그들의 이상적 모델인 '가운데 나라'와 미소의 뒤를 잇는 '패권주의'로 가는 갈림길에 서있죠. 미래를 위해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역사인식 태도를 보이는 것, 이것이야 말로 모두의 존경을 받는 '가운데 나라'로 가는 올바른 길이 아닐까요?

 

''가운데 나라(中國)'와 패권주의 사이에서'라는 제목의 아래 글은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에서 발표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중국인을 선뜻 좋아하지 못하고 중국의 발전을 진정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편이 잘 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좁은 마음이 아니라 바로 중국인의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것 은 아닐는지요?

 

2014.10.25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가운데 나라(中國)'와 패권주의 사이에서(141006, 원광대한중관계연구원).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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