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마음이 좁으면 터럭도 수레바퀴처럼 크게 보인다 & 배중사영(杯中蛇影)

아판티(阿凡提) 2016. 7. 23. 06:24

'마음의 중요함'을 아는 이가 현명한 사람입니다. 채근담에서 '마음'에 관한 구절 몇 개를 소개해드립니다.

 

마음속에 욕심이 가득 찬 사람은 차가운 연못에서도 끓어오르고, 한적한 숲숲속에서도 그 고요함을 모른다

마음을 비운 사람은 무더위 속에서도 청량함을 느끼고, 아침 시장에서도 그 소란스러움을 알지 못한다. (131)

 

외부의 사물에 얽매이느냐 자유로워지느냐는 오직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에 깨달음이 있으면 푸줏간과 주막집도 청정무구한 세계가 될 것이요, 마음에 깨달음이 없으면 아무리 거문고를 타고 학을 벗삼고 화초를 가꾸며 취미를 고상하게 할지라도 깨달음을 방해하는 악마가 결국 마음에 머물고 만다.

옛말에도 "일체의 번뇌를 없애면 속세도 진리의 세계가 되지만 깨달음이 없으면 절도 세속의 보통 집과 다를 바 없다"고 하였으니, 그 말이 참으로 맞도다. (147)

 

마음이 동요되면 활 그림자가 뱀처럼 보이고 누워 있는 돌이 엎드린 호랑이처럼 보이니 이 가운데는 모두 살기가 서려 있다

마음이 안정되면 석호 같은 포악한 사람도 갈매기처럼 온순하게 변하고 시끄러운 개구리 울음소리도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들리니 어디에서나 참된 이치를 보리라. (129)

 

비슷한 뜻으로 배중사영(杯中蛇影)이란 고사성어가 있죠. 술잔 속에 비친 뱀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부질없이 의심을 품으면 엉뚱한 데에서 탈이 난다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넓은 마음, 비운 마음, 깨달음이 있는 마음, 안정된 마음... 이 모습이 현명한 이들의 마음입니다. 위 글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후한 말의 학자 응소가 편찬한 《풍속통의()》와 《진서()》의〈악광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악광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나라에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고 생활이 어렵지만 한눈 팔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여 벼슬길에 오른 악광이 있었다.지혜로운 악광은 관리가 되어서도 매사에 신중하게 처리하였다. 악광이 하남() 태수()에 재임하였을 때의 일이다.악광에게는 친한 친구 한 명이 있었다.그 친구는 악광에게 자주 놀러와 술자리를 같이 하기도 하였다.그런데 어느 날 한동안 친구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악광은 몸소 친구에게 찾아가 보니 얼굴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요사이 어째서 놀러 오지 않나"라고 물었더니 친구가 "전에 자네와 술을 마실 때 내 잔 속에 뱀이 보이지 않겠나[]. 그렇지만 자네가 무안해 할지 몰라 할 수 없이 그냥 마신 이후 몸이 별로 좋지 않네"라고 대답하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악광은 지난 번 술을 마신 그곳으로 다시 가보았다. 그 방의 벽에는 뱀이 그려진 활이 걸려 있었다. 비로소 악광은 친구가 이야기한 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친구의 술잔에 활에 그려진 뱀이 비추어진 것이었다. 이후 악광은 친구를 다시 초대해 같은 장소에서 술자리를 같이 하였다. 친구에게 술을 따른 다음 "무엇이 보이지 않나"라고 물었다. 친구는 머뭇거리면서 술을 마신 다음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뱀이 보이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악광은 그냥 웃으면서 "자네 술잔 속에 비친 뱀은 저 벽에 걸린 활에 그려진 뱀의 그림자이네"라고 대답하였다. 악광의 이야기를 다 들은 친구는 그제서야 마음의 병이 씻은 듯 나았다.

이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공공연히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히는 것을 보고 배중사영이라고 한다. 한국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다.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현대 사회이지만 지나친 그리고 쓸데없이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고사성어이다. 비슷한 말로 의심암귀(: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 반신반의()가 있다.

 

 

2016.7.23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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