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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함과 리더, 그리고 '제2의 진경준' & 입신양명(立身揚名)

아판티(阿凡提) 2016. 8. 20. 05:27

자신의 결함에 맞서 성공적인 투쟁을 벌인 사람은 부유해지거나 유명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그가 성숙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성숙함은 정신적, 육체적 재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IQ 테스트에서 고득점을 올리거나, 빨리 달리거나,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숙함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서 얻는 게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 더 나아짐으로써 얻는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시기에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고, 유혹을 받았을 때 굽히지 않는 사람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 (473)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 중에서(부키)

 

진경준 검사장의 구속으로 대표되는 사회 각 분야 지도층의 민낯이 우리를 절망감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일탈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인물이 조직의 상층부로 승진한 시스템의 문제이지요. 그러니 요즘 공무원, 법조, 정치권 등 공적인 분야에 얼마나 많은 '2의 진경준'이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미성숙한 인물이 리더가 되는 사회는 불행합니다. 돈이나 권력, 명예를 좇느라 성숙함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립니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성숙함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서 얻는 게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 더 나아짐으로써 얻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성숙함은 어려운 시기에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고, 유혹을 받았을 때 굽히지 않는 사람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또 성숙함은 빛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성숙함은 사람들을 유명하게 만드는 성향들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사람은 안정되고 통합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성숙한 사람은 내면이 조각난 상태에서 중심이 잡힌 상태로 변화한 사람이고, 마음의 불안과 동요에서 벗어난 사람이며, 삶의 의미와 목적에 관한 혼돈이 가라앉은 사람이다." 

 

튀려하고 빛나려고만 하는, 동시에 깃털처럼 가볍고 안정되지 못한 인물이 리더로, 특히 공공 분야의 리더로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미성숙한 사람이 아닌 성숙한 사람이 존경받고 리더가 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한국판 입신양명(立身揚名: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친다는 뜻, 원래는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뜻이 강했다. 그러나 입신양명의 좋은 취지는 변질돼 이미 조선조에서부터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출세주의를 뜻하게 됨)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지려 애쓰며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야 겠습니다. 위 글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김재영은 “양명의식은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어떻게든 높은 지위를 차지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관료주의적 사고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이러한 지위에 집착하고 있는가는 그동안 조상신에 대한 신앙의 형식으로 신주에까지 관직명을 붙이고 비석을 세웠으며, 지금도 가보·명함·각종 모임 등에서 직함을 붙여 호칭을 사용하는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자신의 내면 세계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예컨대,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맛)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자녀의 결혼과 부모의 장례도 그 행사 자체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려드느냐 하는 숫자에서 자신의 살아온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의 전망을 내리며 남들 역시 그렇게 본다. 반드시 입신양명을 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또 ‘정치 과잉’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입신양명’ 욕망은 한국 정치판의 주요 동력이다. 정운찬이 서울대 총장 시절 『월간중앙』 2005년 1월호 인터뷰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솔직한 증언은 고위 관직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이 매우 강하다는 걸 잘 말해준다.

“조선시대 고위 관료로 출세한 조상 분들의 묘를 보고 뿌듯해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습니다. ··· 어머님은 항상 저한테 ‘자네’라는 호칭을 쓰셨습니다. 이를테면 학창시절의 제게 ‘자네, 우리 집안에 정승이 3대째 끊긴 것을 아는가’라는 식의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최재천 교수와 도정일 교수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저희 할아버지도 늘 저만 보면 ‘언제 강릉 시장이 될래?’라고 하셨다니까요.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또 유학을 간다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셨어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대학교수 오래 할 것 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나라의 녹을 먹고살아야 하느니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강릉 시장이 모자라면 강원도 도지사를 해라’ 이러시더라고요.”

“나도 엇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요. 영문과에 간다니까 외삼촌 왈, ‘그거 해서 뭐가 되는데?’ 치과대학에 다니던 외사촌 형이 옆에 있다가 ‘영어 잘하면 미국 대사도 할 수 있죠’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외삼촌이 또 말했어요. ‘그게 다냐?’”

 

 

 

                                         2016.8.2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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