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문화

중국 가격은 상품 가치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반영한다 & 관포지교(管鮑之交)

아판티(阿凡提) 2016. 7. 30. 06:16

많은 한국인이 중국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삼국지(三國志)』도 중국인 못지않게 읽었고 공자(孔子) 말씀 또한 중국인보다 더 잘 이해한다고 여기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유비(劉備)나 공자에 익숙하다고 해서 현대 중국과 현대 중국인까지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중국 전통과 현대 사회주의가 결합해 묘한 이중주를 내는 중국의 독특한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중국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조금 떨어진, 우리로 치면 읍에 해당하는 곳에서 공장을 운영한 우리 기업인이 겪은 일이다. “현지 법인 사장이 형광등을 사러 동네 가게에 갔다. 얼마냐고 물으니 주인이 16위안이라고 한다. 그 뒤 조선족 직원을 보냈더니 14위 에 사 왔다. 다음엔 산둥성 출신 종업원을 시켰더니 10위안이면 됐다. 마지막으로 그 지역 토박이 직원에게 부탁했더니 8위안이면 족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반응은 대개 이렇다. “중국 비즈니스는 조심해야 해. 걸핏하면 속인다고.”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어. 가격을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거래를 하나.

그러나 이 사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격을 달리 부르는 주인의 행태에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주목하면 해석이 달라진다. 주인이 엿장수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가격을 부르고 있는 건 아니다.

같은 동네 사람에겐 가장 싸게 받았고, 이후 같은 성() 출신, 중국인 순으로 가격이 높아지기 시작해 외국인인 한국 사람에게 제일 비싸게 받았다. 가게 주인을 기준으로 삼아 자기로부터 거리가 멀어 질수록 가격은 올랐다. 이것이 가게 주인이 가격을 정한 원칙이다.



이런 가격 책정을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가게 주인과 이 동네 사람에겐 지극히 합리적 이다. 같은 마을 사람, 아는 사람에겐 당연히 싸게 팔아야 한다. 여기서 가격은 단순히 상품의 가치 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다. 인간관계까지 반영하고 있는 것이 다.

마치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생긴 동심원(同心圓)의 파문이 점차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옅어지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중심에서 주변으로 나아갈수록 옅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동심원의 중심은 개인이고, 동심원의 파문이 퍼져나가는 것에 따라 개인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이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이 그렇게 소중 하게 생각하는 ‘관시(關係)’란 것도 결국엔 동심원의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끊임없는 노력 과 다름없다.

 

중국인들은 친구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진정한 친구관계가 아니더라도 친구란 말을 쓴다. 아이에게도 뒤에 친구를 붙여 ‘어린 친구(小朋友)’라고 한다. 친구가 인간관계의 최고 경지여서 그렇다. 하지만 친구도 다 같은 친구는 아니다. 친구 안에서도  일반친구(朋友)’→  ‘좋은 친구(好朋友)’ → ‘오래된 친구(老朋友)’ → ‘마음을 나누는 친구(眞心朋友)’의 순으로 서열이 있다. 그래서 중국에는 친구를 중히 여기는 고사성어가 그렇게 많은 가 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관포지교(管鮑之交: 관중과 포숙의 사귐. 즉 영원히 변치 않는 참된 우정)이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꾀하는 우리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화적 현지화이다. 아래 자료는 중앙일보의 글을 옮겨온 것이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관중과 포숙이라는 두 인물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나라는 폭군 양공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었지요. 결국 공자 규는 관중과 함께 노나라로 망명했고, 규의 동생인 소백은 포숙과 함께 거나라로 망명했습니다. 이후 양공이 권력 쟁탈전 끝에 살해되고 나라는 혼란이 계속되어 군주의 자리가 비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두 공자는 서로 왕위에 오르기 위해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죠. 이에 규는 관중을 보내 귀국길에 오른 소백을 암살하고 느긋하게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소백은 천만다행(千萬多幸)으로 관중이 쏜 화살이 허리띠에 맞아 목숨을 구했고 부랴부랴 귀국해 군주의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결국 소백에게 잡힌 규는 자결하였고 관중은 사형 집행을 눈앞에 두었습니다. 이때 포숙이 나서서 소백에게 말하죠.


“전하, 전하께서 제나라에 만족하신다면 신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천하의 패자가 되고자 하신다면 관중 외에는 인물이 없을 것입니다. 부디 그를 등용하십시오.”
결국 관중은 자신이 죽이려던 자 휘하에서 재상이 되었고, 이후 명재상 관중의 보좌를 받은 소백은 제 환공에 올라 춘추5패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후 관중은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일찍이 내가 가난할 때 포숙과 함께 장사를 했는데, 이익을 나눌 때 나는 내 몫을 더 크게 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였으나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말하지 않았다. 세상 흐름에 따라 이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세 번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번번이 쫓겨났으나 포숙은 나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시대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싸움터에 나가 세 번 모두 패하고 도망쳤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비웃지 않았다. 내게 늙으신 어머니가 계심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생아자(生我者) 부모(父母), 지아자(知我者) 포숙아야(鮑叔兒也)).”

 

 

 

2016.7.3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중국 가격은 상품 가치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반영한다(160714, 중앙일보).docx

1549

중국 가격은 상품 가치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반영한다(160714, 중앙일보).docx
0.24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