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옵션중에 고르기보다, 만들어낸다는 것 & 암중모색(暗中摸索)

아판티(阿凡提) 2017. 12. 2. 06:17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은 힐튼 같은 기존 호텔 업계의 힘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터넷과 기술을 활용하여 시장 지배력을 빼앗아 온다

이와 같은 현상은 보다 적은 규모의 사업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우리가 그런 기회를 선택한다면, 그것을 붙잡는다면, 우리가 창출할 수 있는 자유는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이제는 가능한 옵션들 중에서 고르기보다 자기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 스스로 설계자가 되라는 것이다. 주어진 메뉴에서 요리를 고를 것인가, 아니면 요리사가 되어 이전 세대의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획득할 것인가. (220)

 

테일러 피어슨의 '직업의 종말' 중에서(부키

 

(예병일의 경제노트)

에어비앤비, 우버 등 신기술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 기업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입니다. 저자가 스스로 '설계자'가 되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왔으니, 이제 '가능한 옵션들' 중에서 고르기보다 '자기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은 힐튼 같은 기존 호텔 업계의 힘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터넷과 기술을 활용하여 시장 지배력을 빼앗아 온다"는 표현은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를 만든 창업자는 힐튼이나 리츠칼튼 같은 기존의 호텔들이 하는 비즈니스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과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지요.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 사례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누구에게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 설계자가 되라고 권하는 것이 바람직한건 아닙니다. 결코 쉬운 길이 아니고,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기 때문입니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무조건 창업을 권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건 아닌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천재성이 있거나 특별한 기술 장벽을 갖고 있지 않다면, 설계자의 길, 창업의 길은 험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게 당연한 것이지요. 금세 모방자들이 따라붙고, 성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자본력이나 마케팅력, 영업 능력 등 다른 변수에 의해 결정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 잘 보이는 소수의 성공한 이들은 엄청난 가치를 획득했지만, 다수는 힘겨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기술의 시대가 왔고, 새로운 시대를 보는 눈과 창의성, 끈기를 갖춘 이에게는 '가능한 옵션들' 중에서 고르지 않고 '자기 자신의 것'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특출난 소수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라면, 우선 주어진 메뉴를 잘 관찰하고 맛보고 배우면서, 그런 가운데 "내가 요리사라면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까"를 고민하며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본'을 먼저 탄탄히 익히되, 평소에 항상 새로운 것, 자신의 것을 직접 만드는 '설계자'가 되는 꿈을 암중모색(暗中摸索: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음)하는 겁니다. 실제로 '설계자'로 나설 것인지 여부는 그 이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위 내용은 <예병일의경제노트>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수가화()》에 나오는 말이다. 나라 때 허경종()이란 학자가 있었다. 그는 대대로 벼슬을 한 명문가의 후손으로 후에 재상까지 역임한 인물이었으나 건망증이 심하여 사람을 여러 번 만나도 그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그의 건망증을 꼬집어 이렇게 말했다. "학문은 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오?" 이 말에 허경종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대들과 같은 사람들의 얼굴이야 기억하기 어렵지만, 하손()·유효작(심약() 같은 문단의 대가들을 만난다면 어둠 속에서라도 더듬어 찾아 기억할 수 있소()."

이 고사에서 유래되어 '어림짐작으로 무엇을 찾거나 알아낸다.'는 뜻으로 쓰이며,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무엇을 알아내려 한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2017.12.2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1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