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로 큰 부를 이룬 지인이 얼마 전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2021)을 추천했다.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중에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안 읽어볼 수가 없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것은 주식 투자 꿀팁이나 금융 흐름을 읽는 안목이 아니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해서 읽었던 책이 오히려 지금 삶에서의 자족을 가르쳐줬다. 저자는 책에 실린 부록 「나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금융 조언」에서 이렇게 말한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부자가 되겠다는 탐심은 간데없고,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적 자유에 대한 감사함이 차오른다. 탐심에 이끌려 읽은 책이 오히려 탐심이 부끄러워지게 만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자 당(唐) 나라 문인 한유(韓愈, 768~824)의 글 한 편이 떠올랐다. 제목은 ‘송궁문(送窮文)’. 가난을 송별하는 글이다.
이 글은 저자 한유가 한대(漢代) 작가 양웅(揚雄)의 「축빈부(逐貧賦)」의 발상을 모방하여 쓴 글로, 기발하면서도 빼어난 한유의 문풍을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다. 가난을 의인화한다는 참신한 착상에서 출발해 유희적 필치로 자신의 궁핍함을 자조했다.
이 글의 주된 내용은 한 주인(主人)이 가난을 가져오는 신(神)인 궁귀(窮鬼)들을 떠나보내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항변에 설득되어 결국엔 그들을 제사상에서도 윗자리에 모신다는 것이다. 궁귀들을 내쫓으려고 했다가 오히려 그들을 윗자리에 모시게 되었다는 결말이 부자가 되고 싶어 책을 읽었다가 부자가 아닌 내 삶에 자족하게 된 경험과 유사하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관행중국>의 발표자료를 옮겨온 것이다.
2022.4.13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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