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판티 이야기/나의 기고문

중국通 금융전문가 시급하다

아판티(阿凡提) 2011. 3. 20. 13:20

 

  아래 글은 중국 금융전문가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가 2007.12.1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2007년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지식포럼(World Knowledge Forum)에서 21세기 미래의 부를 창출할 5가지 키워드로 “아시아, 금융, 모바일, 인재육성과 리더십,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제시하였다. 이는 5대 키워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사회및 국가의 부의 크기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금융강국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구상하여 왔고, 금융회사 국외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면서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으며 국내금융회사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 진출을 최대 화두로 삼고 있다. 아울러 내년에 신정부가 들어서면 한.중FTA를 논의할 것에 대비하여 상품분야 뿐만 아니라 금융분야를 포함한 서비스 부문 개방에 대한 대책을 강구중에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와 추세를 지켜보면, 정부의 금융강국 실현 의지와 그를 위한 금융인재 양성및 금융회사의 아시아시장 진출은 위에서 언급한 5대 키워드와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중FTA 협상에 대비하여 금융서비스 부문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향후 협상과정에서 중국이 가장 취약하다고 여기는 금융시장을 우리에게 먼저 개방할 것인가 하는 점도 의문시 되지만, 설사 그들이 백번 양보해 개방해준다 하더라도 과연 그 개방의 과실을 챙길 수 있는 중국금융 전문가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한편, 우리의 FTA 협상대상이 될 중국은 최근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한 차이나머니를 이용하여 세계금융시장을 넘보고 있고, 선진금융기법을 터득하고 있으며, 한국의 은행 인수까지도 고려하면서 발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실은 이러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금융을 사회주의체제하의 후진금융으로 경시하여 이를 전공한 전문가의 숫자가 손꼽을 수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은 바로 중국금융전문가를 조기에 확보하는데 있다. 여기에서 중국금융에 특화된 전문가의 필요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이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하의 특유한 금융제도를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금융이론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즉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정부소유로 되어 있고 금리.환율.주가등 가격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현지어의 구사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영어사용을 꺼리는 중국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지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온전한 시장침투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중국기업과 중국개인을 상대로 하는 소매금융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셋째, 중국에서의 진정한 경쟁력은 현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속에서 형성되고, 꽌시(關係)를 바탕으로 많은 비즈니스가 이루어짐을 고려하면 현지의 인적네트워크 형성은 실력에 못지 않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는 최근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대학원내에 중국금융전문가 과정을 별도로 개설하거나 은행.증권.보험등 금융인재를 양성하는 해당 연수원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 현지에서의 인재양성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선 금융회사들의 빠듯한 인력운용으로 여의치 않다면 금융MBA 과정을 이미 개설운용하고 있는 북경대. 청화대등 중국대학과 연계하여 과정을 개설하고 온라인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교육을 실시한다면 현지에서의 연수기간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핵심인재 양성은 금융회사 경쟁력의 원천이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미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향후 전개될 중국과의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시기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것이고 승리의 관건은 누가 보다 우수한 핵심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가에 달려있다. 미래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아쉽다.

 

2010.3.20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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