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판티 이야기/나의 기고문

중국은행들의 놀라운 변신

아판티(阿凡提) 2011. 3. 20. 13:28

아래 글은 아판티가 중국 은행들의 놀라운 변신을 소개한 2010.10월 내일신문 기사입니다.

 

 

  2007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지식포럼(World Knowledge Forum)에서 21세기 미래의 부를 창출할 5가지 키워드로 “아시아, 금융, 모바일, 인재육성과 리더십,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제시하였다. 이는 5대 키워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사회 및 국가의 부의 크기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달성한 1인당 GDP 2만불은 제조업이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달성해야할 3만불은 지식산업 특히 금융산업의 발전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일찍이 이를 인식하고 금융을 미래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삼고 금융강국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구상하고 실천하여 왔다.

 

최근 국내은행이 성장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하고 해외진출을 정부가 장려하고 있으며 국내금융회사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세계지식포럼에서 주장한 키워드 중 “아시아”와 “금융”을 미래의 부를 창출할 명제로 정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라 하겠다.

 

최근 필자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중국의 금융산업 현황을 둘러볼 귀중한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현지조사를 마치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의 제조업만 우리를 바짝 추격해 오는 줄 알았는데 금융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가 앞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금융업의 경쟁력 부문에서 별다른 우위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부문중 중국 은행부문에서의 약진이 두렵다.

 

중국정부는 자금조달의 약 80%를 담당하던 은행 중 과다한 불량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국유상업은행을 경쟁력을 갖춘 우량은행으로 변모시켰는데 그 과정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첫째, 공적자금 600억불을 투입하면서 자구계획서를 통한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자산관리공사 설립을 통하여 불량채권을 깨끗이 틀어내게 된다. 둘째, 기업공개과정에서 CITI, HSBC등 글로벌 선진은행을 전략적투자자로 영입하여 은행의 신인도를 높여 해외상장시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였다. 셋째, 홍콩 금융감독청의 최고 책임자를 초빙하여 우수한 감독시스템을 도입하는 동시에 지분 매입은행의 가장 앞선 업무분야를 담당하는 이사를 북경의 본점으로 파견하게 함으로써 선진금융시스템을 습득하는 기회로 활용하였다. 즉 지분매각과 선진업무 노하우 전수를 맞교환함으로써 기업공개와 선진시스템 정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던 것이다.

 

이를 통하여 중국의 국유상업은행은 규모면과 신상품개발능력, 선진금융시스템 부문에서 한국보다 오히려 앞서 있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수준이 다소 미흡하지만 수익성, 효율성면에서 한국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반면에 우리의 은행들은 IMF를 거치면서 공적자금을 투입받는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여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하지만, 예금과 대출간의 금리차를 이용하여 각 은행들이 손쉽게 이익을 시현할 수 있었으므로 신상품개발이나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즉 우리의 은행들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비호하에 안주해 왔던 것이다.

 

한편으로 한국 은행들의 중국진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진출방식도 지점형태에서 현지법인 설립으로 전환하는 외에 지분참여 등 여러 방면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는 중국 은행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출장 중 만난 한 중국전문가는 우리에게서 배울 만한 업무는 이제 선물환업무나 자산유동화증권업무 정도라고 얘기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공개를 통하여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중국공상은행은 비록 한국의 경직된 노사문제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기는 하였지만 한국의 모 은행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서브프라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에는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어름장까지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현지에 법인은행을 설립한 한국의 모은행은 이미 주재직원 전원을 현지직원으로 신분전환하고, 은행내 인터라넷도 중국어로 통일하였으며, 향후 2년이내 기업고객의 50% 이상을 중국기업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상명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지점장을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향후 중국과의 금융경쟁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승리의 관건은 과감한 개방과 규제혁파를 통한 금융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금융 분야 핵심인재의 조기양성에 있다. 중국정부에서 먼저 요구한 한・중 FTA를 중국금융시장 진입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여 우리의 은행이 중국금융시장에 보다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2011.3.2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