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판티 이야기/나의 기고문

한‧중 양국 무역거래시 자국 통화로 결제하면?

아판티(阿凡提) 2011. 3. 20. 13:37

아래 소개한 글은 아판티가 2010.5월 금융지에 기고한 글을 옮겨왔습니다.

 

 

흔들리는 미국 중심의 금융시스템

 

세계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핌코(PIMCO)의 사장 엘 에리언은 다음과 같이 예고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위기는 모두 주변부의 위기였다. 1997년 아시아, 1998년 러시아, 2001년 아르헨티나, 2002년 브라질 경제위기가 그랬다. 시스템이란 중심을 주변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다. 중심은 늘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엔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중심부의 위기는 왜 심각한가? 그것은 중심부가 세계경제에 공공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축통화와 유동성이 큰 자본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최고 신용등급(AAA)의 무위험 신용을 제공한다. 또 최후의 대부자이자 소비자이기도 하다. 몇 년전까지 미국이 이 모두를 제공했다. 그러나 중심부가 흔들리니 사람들은 이 모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심부가 공급해 온 모든 공공재들도 쇼크를 받게 됐다. 이제 누가 이 공공재를 만들 것인가? 지금까지 미국이라는 대형엔진 하나에 기대어 고공비행을 하던 시대에서 신흥시장을 포함한 여러 개의 작은 엔진으로 저공비행을 하는 시대로 바뀔 것이다. 이것이 20개국 정상회의(G20)의 성공이 예견되는 이유이다.”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며 전세계 금융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오던 미국이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스템의 효율성과 영향력에 크게 타격을 입었다. 이와 반대로 중국은 신금융질서 확립 과정에서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 증대를 도모하는 한편 위안화 경제권의 확대 등을 통해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란, 위안화가 국경을 넘어 유통되고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교환수단 및 가치저장 수단으로 기능하게 됨을 의미한다. 아시아 금융위기시 중국의 위안화 가치 유지는 주변국가들의 위안화에 대한 신뢰도 향상에 기여하였고,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지속적 증가는 위안화의 국제화에 대한 객관적 여건 조성에 도움을 주었다.

중국은 금번 국제 금융위기 상황이 위안화 국제화에 좋은 계기라고 보고, 통화스왑 협정 체결 확대와 무역결제시 위안화 사용 증대 등으로 위안화의 국제화에 노력하고 있다. 화교들의 경제적 지배력이 높은 아세안에서는 이미 위안화가 제2의 달러로 통용되고 있으며, 중국은 러시아. 북한, 베트남 등 8개국과 ‘상호화폐결제협약’을 체결하고 위안화의 무역결제 수단으로서의 기능 확대에 노력 중이다.

한편,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중국 교역비중이 더욱 증가하고 점차 중국 경제 상황에 동조화(coupling)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간 성장률 격차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간 무역거래시 자국통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고, 2008.12.12일 한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간 체결한 통화스왑 계약은 향후 양국간의 교역 결제시 미달러가 아닌 원화와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최근 중국이 시도하고 있는 위안화의 국제화 전략을 설명하고 한․중 양국간 무역거래시 자국통화 결제 제도의 추진 필요성과 추진을 위한 주변 여건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시사점을 알리고자 한다.

 

 

중국은 왜 위안화 국제화를 시도하는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브레튼우즈체제가 또 한번의 위기를 맞으면서 세계적으로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재편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태환을 위한 관련 법규정의 개정 및 외환시장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이후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외환보유액 중 미국채권 보유로 인한 중국의 기회비용과 잠재적 손실이 증가하였다. 2010년 2월 현재 중국의 미국 재무부 채권 보유액은 8,775억 달러로 세계 최대 채권보유국가 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장기적으로 미달러 가치하락이 예상되고 중국의 외화자산 중 약 70%가 미 달러 표시 자산임을 감안할 때 달러보유 수출업자와 미국채를 보유중인 중국 정부의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위안화 경제권을 확대하고 외환보유액의 잠재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중국은 브레튼우즈체제가 안고 있는 한계인 소위 Triffen Dilemma 문제를 거론하면서 현행 기축통화 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사용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를 통해서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낮추고 미국 주도의 금융체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각종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통화스왑 협정 체결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3월 사이 한국, 홍콩 등 6개국과 총 6,5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왑 체결을 완료하였다. 중국이 여러 국가와 체결한 통화스왑의 기능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크게 결제수단, 통화비축, 자금공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과 체결한 1,800억 위안(38조 원) 규모의 통화스왑은 쌍방이 이 규모 내에서 본국 통화를 담보로 상대방 통화 상당액을 교환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위안화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주목적이 있으며, 양국은 스왑통화의 규모를 계속 증대해 나갈 뿐만 아니라 비축통화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통화스왑 체결내용

(단위: 억 위안)

체결국가

체결시점

규 모

목 적

한국

2008.12.12

1,800

중국진출 한국기업의 위안화 수요 충적

(기간: 3년, 38조 원)

홍콩

2009.1.20

2,000

홍콩시장에서 위안화 채권발행시 자금 공급

말레이시아

2009.2.8

800

결제수단

벨로루시

2009.3.11

200

통화비축

인도네시아

2009.3.24

1,000

결제수단

아르헨티나

2009.3.29

700

결제수단

 

합계

6,500

 

 

 

둘째, 위안화 대외무역 결제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주변국들 간의 무역결제시 위안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2009년 7월부터 상해, 광주 등 5개 도시와 홍콩간 위안화 무역결제를 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 내 시범지역을 동북3성, 광서, 운남, 천진 등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역외 대상지역도 동남아, 북한, 중앙아시아 등지로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셋째, 해외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중국은 역외 위안화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2007년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이 시작된 이후 매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종전 홍콩 금융시장에서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주체는 정책성 금융기관과 국유상업은행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중국 진출 외자은행 현지법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2009년 9월까지 중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홍콩시장에서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의 규모는 총 350억 위안에 달한다.

넷째, 글로벌금융센터 건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을 상해글로벌금융센터 건설과 보조를 맞춰 추진하고 있으며, 2020년 까지 상해를 홍콩에 버금가는 글로벌금융센터로 건설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중 무역거래시 자국통화로 결제할 경우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한‧중 양국간 무역거래시 자국통화로 결제할 경우 유리한 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수출입기업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자국통화 결제시의 직접 효과는 수출입기업들의 비용절감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수입상과 수출상의 화폐가 모두 비달러화인 경우 미달러화 결제는 두 번의 환전절차를 거치게 된다. 즉 우리기업이 수입상인 경우 원화를 미달러화로 환전하고 수출상은 미달러화를 다시 현지통화로 환전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미달러화로 환전시 은행은 환전금액에 대해 일정률의 환전비용을 징수한다. 2009년의 경우 대중국 교역 규모는 1,410억달러(수출 867억 달러:전체 수출의 약 23.9% , 수입 543억 달러)인데 만약 무역거래 시 자국통화로 결제한다면 우리기업은 약 2,326억원에 해당하는 환전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만약 대외지급을 위해 이미 수취한 미달러화를 보유코자할 경우에도 환율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헷지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일정률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둘째, 외환보유통화의 다변화를 기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은 정책당국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개입을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대외지급자산을 지칭하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운용은 유동성 및 안전성 하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외환보유액은 약 2,700억달러로서, 운용자산 중 통화구성은 주요국 통화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달러화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구성비중은 63.1%에 달하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공표한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미 달러화 비중 61.6%(2009.9월 말 기준)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데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는데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 이유는 외환보유액의 연도별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원/달러 환율의 변화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게 되는데 달러화에 대한 원화강세가 지속될 경우 원화환산수익률은 음(-)의 수익률을 시현하기 때문이다. 만약 원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달러화 채권자로서의 권리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원화운용수익=전년말 미달러 외환보유액*달러수익률*해당연도말 원/달러 환율>

셋째, 원화 국제화를 도모할 수 있다. 최근 원화 국제화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해외충격이 급격한 환율변동을 통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고, 거래의 편리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접국가간 통화협력 체제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이때가 원화 국제화를 위한 적기로 볼 수 있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추구를 계기로 양국간 무역거래시 자국통화로 결제하면 원화의 국제화 추진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역내 협력을 통한 환율안정과 더 나아가 역내 공동통화의 창출을 통한 항구적 외환시장의 안정시스템을 구축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부터 무리하게 달러나 유로시장에 진출하기보다 아시아 시장에서 점진적인 원화 사용 확대를 통해 국제통화의 기초부터 닦아야 할 것이다.

넷째, 중국의 내수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은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정책 기조를 ‘내수 확대’를 위한 재정지출 강화에 맞추면서 엄청난 규모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총 4조위안을 내수부양 대책에 쏟아붓고 있다. 특히 한국이 우위를 갖고 있는 가전과 자동차 분야에서는 농촌 소비를 확대하는 지원책을 쓰고 있다. 중국의 내수지향 기조에 대응해 경쟁국에 중국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이 시급해지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품목에서 우리와 많이 겹치는 대만은 중국과의 경제협력협정(ECFA) 체결을 금년 6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급증하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대만과의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도 양국간 무역거래시 자국통화 결제를 추진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에 적극 협조하고 대내적으로 점차 커져가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의 개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자국통화 결제를 위한 주변 여건은 형성되었는가?

 

지역 경제블록들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교훈삼아 역내 단일통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는 현 경제체제에서는 서구의 경제위기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자간 무역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변 국가들과의 교역에 더 큰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도 있다.

2008.10.28일 중국과 러시아의 총리가 만나 달러화에 기반을 둔 세계금융시장에 대해 비판하며, 양국간 거래에서 자국통화 결제를 확대하기로 합의 하였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행보는 단기적으로는 달러화 부족에 대비한다는 측면과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금융질서에 대한 반발 및 기축통화의 다극화체제에 대한 준비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과 브라질 양국도 무역결제시 미달러화 대신 양국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합의하였다. 한편 몽골의 경우 각 은행이 위안화 예금업무를 취급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국경무역 중 위안화 현금 사용량이 전체 교역량의 1/3을 차지하는 등 화폐거래의 60%가 위안화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외국 통화는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화, 홍콩 달러, 영국 파운드화 등 5개 통화뿐이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환거래 대상 통화에 한국 원화를 비롯해 러시아 루블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교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 당국이 추가로 한국 원화와 러시아 루블화 및 말레이시아 링깃화를 환거래 대상 통화로 포함할 경우 중국 본토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외국 통화는 8개로 늘어나게 된다. 한편 청도, 위해, 연대를 중심으로 한 산동성은 이미 원화 사용이 상당히 보편화 되어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을 중심으로 역내 무역거래시 비달러화 혹은 자국통화로의 결제비중을 확대하는 등 국제결제시스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과 1,800억 위안(약 38조 원)의 통화스왑 협약을 체결하여 자국통화로 결제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한 바 있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우리의 최대 무역대상국인 중국과 무역거래시 자국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여건은 상당히 성숙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중 무역거래시 자국통화 결제를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인가?

 

향후 동아시아에서는 통화 금융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주도권을 고수하려 할 것이며, 일본도 비록 엔화의 국제화에 실패했지만 위안화 블록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동아시아와의 경제외교 협력을 강화할 것이고 미국 주도의 금융체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전망이다.

일국의 통화가 결제통화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통화의 호환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호환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자본자유화가 시행되어야 하나 중국은 아직 개방에 소극적이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자본자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43개 항목 가운데 11개 항목만 개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안정성부문은 지금까지 자본시장을 통제해 위안화의 통화가치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였으나, 위안화의 자유로운 해외 이동을 허용할 경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경험이 축척되지 않아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획득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중국의 경제체제 및 자본자유화 수준 등을 감안하고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의 견제를 예상할 때 동제도의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난간이 있을 수 있다.

 

자국통화 결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중국의 위안화는 아직 기축통화로서의 부상은 요원한 일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주요 통화로서의 발전은 근시일 내에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화권 국가들과의 무역거래에서 결제 통화로 위안화 채택을 확정 또는 논의하고 있으며,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도 이러한 움직임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아시아 교역규모가 이미 미국의 2배에 가까운 만큼 아시아내에서의 위안화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및 동남아 국가와 위안화결제를 한다면 위안화의 해외확산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작지 않고 기축통화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아시아지역에 속해 있는 만큼 현행 국제통화질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신중하게 접근하되, 대내적으로는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무역 및 자본거래시 높은 달러 의존도,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동맹관계 등을 감안할 때 국제통화질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중 무역에서 자국통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고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비중을 제고해야 하는 것은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동시에 최대 흑자국이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화 비중 축소가 불가피한데 달러화의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가치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속도조절과 시점선택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필요시 중국과의 통화스왑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위안화 보유규모를 의미있는 수준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출범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환율안정을 위한 아시아통화단위(ACU)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내의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이 증가할 것임을 감안하여 현재의 원/달러 거래 중심인 외환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여야 하며, 국제통화질서가 달러화와 유로화의 이원적 구조에 위안화가 가세할 전망이므로 외환보유고에서 통화별 보유비중을 적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중 양국간 무역결제시 자국통화를 사용할 경우 무역흑자로 인한 중국자본 즉 차이나머니의 국내 유입을 증대시키고, 이는 국내에서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통하여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국내 자본의 중국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상품교류가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자금교류로 전환하는 의미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 비중은 2000년 23.5%에서 2008년 20.6%로 축소됐다. 반대로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7.2%에서 11.4%로 확대됐다. 향후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출입업체가 한국기업에 위안화 결제를 요구할 경우 우리의 결정은 무엇인가를 미리 연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금년 4월 핵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한 우리의 대통령이 한‧중 FTA를 매개로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였듯이, 양국 무역거래 시 자국통화의 결제 실시를 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의 적절함과 함께 전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1.3.20일

아판티와 함게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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