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즘 중국인들은 우울하다'의 10편 “아래로는 자녀, 위로는 부모…샌드위치 중년층(치링허우+류링허우)”를 소개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중년층은 고달픈 세대다. 아래로는 자녀들을 양육해야 하고, 위로는 부모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이런 샌드위치 중년층의 고충과 비애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상당수 중년층들이 독자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으며, 사회보장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부모를 부양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국에서도 아이들은 자라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모의 애를 타게 하고 있다. 일례로, ‘분유는 스링허우(10后·201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죽이고 피아노는 링링허우(00 后·2000년대에 태어난 초등학생 세대)를 죽인다’는 말이 있다. 최근 현실을 반영한 촌철살인의 풍자다. 2008년 중국을 뒤흔든 멜라민 분유 사건으로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결석에 걸렸다. 이 사건 발생 이후 빈발하는 식품안전 사고는 이 세대 부모들의 신경을 끊임없이 건드리고 있다.
아이가 좀더 자란 부모의 경우 학원을 고르는 일이 고역이다. 중국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두교육카페(e度教育社区)’ 게시판에 ‘칭칭맘(庆庆妈)’이라는 필명의 부모가 올린 글을 보면, “올해 중학교에 가게 된 아들 때문에 부담이 매우 커졌다. 중점 중학교의 등록금은 20만에 가깝고, 한달에 수만 위안의 시험준비반과 회화반부터 꽌시를 쌓기 위한 ‘교제비’, 학교 선택비 등등 비용이 엄청나다”고 한다. 또 다른 부모는 “올해 중점 초등학교 보내는데 쓴 돈이 20만위안 가까이 됩니다. 그래도 중학교가 같이 붙어있어 중학교 진학 걱정은 안 해도 될 테니 이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요….”라고 썼다.
아이들 교육비용 대기도 만만치 않지만 치링허우, 류링허우 부모들의 내심의 걱정은 다른 곳에도 있다. 치링허우의 자녀 세대인 링링허우들은 대부분 ‘421 가정’에서 태어났다. ‘421 가정’이란 4명의 할머니 할아버지, 2명의 부모, 그리고 집안의 보배인 1명의 아이로 이루어진 가정을 가리킨다. 어릴 적부터 어른들의 귀여움만 받아온 아이들 중 상당수는 이기적이고 버릇 없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421 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하나여서 안쓰럽고 애틋하고 하나여서 마음 안 놓이고, 제대로 키워보려니 허리가 휘는 것이 요즘 중국의 중년 부모들의 답답한 심사다.
부모 부양 역시 중국의 중년층을 짓누르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다. 부모가 시골 고향마을에 살고 있는 경우 농촌에는 양로보험(한국의 국민연금)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부양 부담을 고스란히 자식이 져야 한다. 일부 도시들에는 양로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나 커버리지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1년 도시 기본 양로보험 가입자 수는 2.84억 명이었다. 2011년 중국의 도시화율이 50% 이상이라고 해도 절반 이상의 주민(농민공 포함)이 기본양로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금 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다. 양로보험 가입률이 95%에 달하는 베이징의 경우 평균 매월 약 1,000위안 수준으로, 기본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농촌이든 도시든 이래저래 부모 부양 부담을 벗어날 수 없는 게 중국 중년층의 운명인 것이다. 2010년 중국청년보 사회조사센터가 베이징 지역에 살고 있는 치링허우와 바링허우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74.1%는 “일이 바빠 부모를 돌보기가 힘들다”고 대답했고, 68.4%는 “친부모 장인장모 등 여러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중 42%는 “사회보장, 의료보험 등의 지역 간 전환이 불가능해 부모가 주소지를 옮길 경우 양로금을 받지 못해 부담이 가중된다”고 토로했으며, 37.7%는 “양로원 등 양로기관이 미덥지 않다”고 답했다.
‘421 가족 구조’에서는 형제자매의 도움을 빌릴 수도 없고 온전히 자식 하나가 부모 부양 부담을 져야 한다. 요즘 치링허우, 바링허우들은 그들의 부모가 60세가 넘어 퇴직을 하게 되면서 ‘팡누’, ‘처누(车奴·자동차를 할부구매하여 상당기간 할부금을 넣어야 하는 신세)’, ‘하이누’에 이어 ‘양라오누(养老奴)’의 멍에까지 짊어지고 있다.
2012.12.21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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