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현충(顯忠)

아판티(阿凡提) 2013. 8. 5. 05:20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을 기념하는 달이다. ‘현충(顯忠)’이라는 단어의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앞 글자 ‘현(顯)’은 무언가를 바깥으로 꺼내 남에게 내보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밝다’ ‘뚜렷하다’라는 형용의 새김도 얻는다. 아울러 출세한 사람, 또는 그 상태를 일컫기도 한다. 세속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바깥으로 보여줄 만한 게 많을 테니, 자연스런 의미의 덧붙임이다. 거기다가 마지막으로 붙는 새김이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경’이다.

 

우선 ‘드러내다’ ‘밝다’라는 새김으로 만드는 단어가 현저(顯著), 명현(明顯), 현시(顯示) 등이다. 둘, 또는 그 이상의 비교 대상이 서로 큰 차이를 드러내는 게 현저, ‘뚜렷하다’라는 의미가 명현, 목표나 명령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일이 현시다. 잘 나가는 고위 관료가 현관(顯官), 출세한 사람의 상태가 현달(顯達)이다.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을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가 현고(顯考), 현비(顯妣)다. 각각 이승으로 떠나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른다. 제사를 지낼 때 자주 사용한다.

 

충(忠)은 어떨까. 이 새김의 의미는 잘 알려져 있다. 옛 왕조 시절 임금에게 바치는 충성(忠誠)의 의미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개인의 덕목으로 따질 때 이는 ‘거짓 없음’, ‘최선을 다 함’ 등이다.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없애고 남을 위해 정성을 다 바치는 행위나 마음가짐을 가리킨다. 그 의미의 갈래는 꽤 다양하지만 큰 맥락을 따지면 이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충’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명백해진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을 존경의 마음으로 기려서 드러내는 행위다. 지난 6월6일 동작동 국립 현충원(顯忠院)에 들렀거나, 최소한 마음만이라도 그쪽으로 기울여 존경을 표하셨는지들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만든 수많은 충령(忠靈)들은 그렇게 현충원 마당에 말없이 누워 있는데, 요즘의 불충(不忠)은 너무 자주 눈에 띈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키는커녕, 그 구석구석을 좀먹는 벌레와 같은 사람들이 바로 그 ‘불충’이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먼 바다 저쪽에 유령 회사를 세워두고 돈을 빼돌리는 사람, 원자력발전이라는 분야에 몰래 숨어 거금의 돈을 뜯어 삼키는 사람, 돈에 기갈이 들린 사람처럼 자금 빼돌리기에 급급한 대기업….

그런 현상을 보노라면, ‘충’이라는 게 결코 옛 사람들의 옛 덕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충의 달, 현충에 정성을 기울이자. 그리고 내가 남에게, 그리고 사회와 국가에 진심으로 다가서고 있는지 아닌지도 한 번 따져 보자.

 

 

 

2013.8.5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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