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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적반하장(賊反荷杖)의 적(賊)은 누구?

아판티(阿凡提) 2013. 8. 7. 05:11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과거 조선의 해안가를 자주 침범했던 왜구들의 모습 (사진출처: 네이버 지식 백과)

 

멀리 돌아갈 것 없다. 이 ‘적’이라는 글자는 도적(盜賊)을 가리킨다. 남의 물건과 재산 등을 몰래 훔치거나 강제적으로 빼앗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이다. 이 도적은 몽둥이로 때려서 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그 도적이 큰 소리 치며 몽둥이 휘두르면 ‘적반하장’이다. 도적놈(賊)이 오히려(反) 몽둥이(杖)를 들고(荷) 있음을 말하는 우리 식 성어다.

 

적반하장에 조응하는 중국 식 성어는 “도적놈이 ‘도둑 잡아라’고 소리를 치는” 경우다. 한자로는 ‘賊喊捉賊(zéi hǎn zhuō zéi)’이라고 적는다. 아무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경우는 자주 생겼던 모양이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는 순 우리말 속담이 자주 쓰이는 세태가 그를 잘 말해준다.

 

이 도적놈의 ‘적’을 우리는 가끔 원수 또는 싸움의 상대를 일컫는 ‘적(敵)’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원래 다른 새김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도적의 ‘적’은 비슷한 새김의 한자가 꽤 많다. 우선 도적질은 물론이고 불법을 일삼는 사람들은 ‘비(匪)’라고 적는다. 이 두 글자를 합성하면 ‘비적(匪賊)’이다. 19세기 말 간도로 이주하는 조선의 사람들에게 행패를 일삼던 사람들이 ‘마적(馬賊)’인데, 원래는 ‘말을 훔치는 도둑’이었다가 나중에 ‘말을 타고 다니는 도적놈’이라는 뜻도 얻었다. 그 활동범위가 행적이 드문 산이라면 그 도적은 산적(山賊)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거주지 인근에서 활동하는 그런 강도와 도적들을 ‘土匪(tǔ fěi)’로 적는다. 아주 널리 쓰는 단어다. 산에서 활동하는 도적, 즉 산적은 ‘山匪’, 호수에서 노략질을 하면 ‘湖匪’라고 적는다. 어엿한 군대의 병사였다가 도적질로 직업을 바꾸면 ‘兵匪’로 적는다.

 

고려와 조선의 해안가를 침범했던 일본인을 우리는 왜구(倭寇)라고 부른다. 일본을 낮춰 부르는 ‘왜’라는 글자에 ‘도적놈’을 뜻하는 ‘寇’라는 한자를 붙여 만든 단어다. 이 글자 역시 강도짓을 일삼는 사람들이다. 구적(寇賊)이라는 한자 단어가 그래서 나왔다.

 

도둑놈 심보-. 참 못 됐다. 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계속 도적질 하는 ‘넘’들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오히려 큰 소리까지 친다면 물리적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 남북회담에 응하는 척 하다가 생트집으로 그를 무산시킨 북한, 제 잘못 모르고 한국에 큰소리 치고 있는 그 모습이 영락없는 ‘적반하장’ 아닌가.

 

2013.8.7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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