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경제

툭하면 제기되는 중국 경제 경착륙설의 실상

아판티(阿凡提) 2013. 10. 28. 08:40

6월 중순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콜 금리가 13% 이상까지 급등하는 이른바 돈 가뭄사태가 발생했죠.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이윤도 많다던 중국 국유은행들에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하니, 상당수 해외 언론들이 중국 경제가 금융시스템 붕괴로 인해 경착륙할 것이라는 관측을 쏟아냈었습니다. 하지만 7월 초 들어 콜 금리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이번 사태도 놀라기는 했지만 위험은 없었다(有驚無險)는 식으로 마무리되었죠.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경착륙설은 중국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해외 언론들에 보도되는 단골메뉴이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2007년까지 중국 경제가 가장 잘 나가던 시절에도 경착륙설은 사라진 적이 없었죠.

 

2001년 한 중국계 미국인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중국의 몰락(The Coming Collapse of China)이라는 책에서 중국이 수년 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죠. 물론 이 예측은 빗나갔지만, 그 책에서 나열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당시 중국에 실제로 존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도 중국 사회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왜 지금까지 붕괴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등장했던 경착륙설은 계속 빗나갔던 것일까요?

 

중국 경제 경착륙설은 주로 선진국 일부 학자들이 제기해 왔는데, 이런 예측이 줄곧 빗나갔던 원인 중 하나는 그들이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신의 결론에 유리한 사실들만을 토대로 성급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13억 인구를 가진 나라에 무슨 일인들 없겠는가? 중국에서 생기는 일들을 이해할 때는 대다수 중국인들이 무엇을 원하고 중국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번번히 예상이 빗나간 또 다른 원인은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들에 부딪혔던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 집착하다 보니,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간과하고 중국 정부가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경제 경착륙설은 너무나 자주 등장하고 또 그 때마다 예측이 빗나가다 보니, 이젠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믿기 힘들게 되었죠. 혹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경종을 울리는 것은 좋은 일이며, 설사 중국 경제의 경착륙 혹은 붕괴의 확률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원론적으론 옳은 말이죠.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대책들은 상당한 기회비용을 수반하게 된다는 점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들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우려하여 보유 중인 위안화를 서둘러 달러로 환전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위안화 환율에 큰 변동이 없자 달러를 다시 위안화로 환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경우 두 차례의 환전 비용이 바로 위안화 평가절하 예상에 따른 성급한 대처 때문에 지불해야 했던 기회비용입니다.

 

중국 경제 경착륙 사태에 대비해 움직일 때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은 사태의 발생 확률뿐만 아니라 업종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지죠. 금융업체들이나 주식 투자자들과 달리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단기적인 경제환경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에 충실하는 것이 특히나 중요합니다.

 

사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 하는 식의 예측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죠. 사람은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내리는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는다면,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향후 수년간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실사구시적인 판단이죠.

 

중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죠. 처음 중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대도시의 화려한 스카이 라인과 엄청난 자동차의 물결 등 그 때까지 갖고 있던 관념적 이미지와 크게 다른 중국의 현실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러다 중국에 거주하는 기간이 늘면서 화려한 중국의 이면에 숨겨진 갖가지 문제점들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러면 중국이 대단하다던 첫 인상이 별 거 아니었네하는 식으로 바뀌기 십상이죠. 그리고 한국과 같은 과거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의 역사에 근거하여 중국 경제도 이미 30여 년이나 지속된 만큼 머지 않아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심지어 중국 국민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되면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체제가 하루 아침에 붕괴될 수도 있다고 믿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중국 이해의 두 번째 단계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이 다시 바뀌어 중국은 역시 대단한 나라라고 판단하게 되는 3단계에 이르는 외국인들은 많지 않습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여러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30 여 년간 고속성장을 해 온 이면에는 다른 나라들에는 없는 특수한 원인이나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까?

 

중국 경제가 언젠가는 경착륙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수시로 그것에 대비하는 태도가 도리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라는 전략에 상당한 부담과 기회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한 글은 신문에 기고한 것(작가 미확인)인데 너무 공감이 가는 문장이라 우리 <중국금융 산책>가족들께 소개합니다.

 

2013.10.28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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