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숫자에 대한 관념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생활 속의 작은 한 부분이 의외로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죠. 이는 곧 중국인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며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현지 비즈니스 정보로 직결되기도 합니다.

 

□ 중국인의 베스트 넘버 ‘8’

과학적 유물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 주의 국가에서 미신에 대한 신봉은 금기시 되죠. 심지어 문화혁명 때 종교에 대한 탄압은 절정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대한 미신은 예나 지금이나 대접받고 있는 곳이 중국입니다. 중국에서 좋은 숫자는 곧 돈과 운을 의미하죠.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8은 발음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를 가진 파차이(发财)와 발음이 비슷해 인기가 많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중국인의 ‘숫자 8’ 사랑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중국인은 개회식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열었으며, 폐회식도 오후 8시에 거행하였죠.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회식도 역시 오후 8시에 열렸습니다. 1988년 한국이 올림픽을 치를 당시 ‘기가 막힌 숫자의 배열’ 이라며 많은 중국인이 부러워했죠. 그러나 이를 모르는 한국인은 9월 17일에 개회식을 거행했고 많은 중국인이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숫자’7’과 ‘6’은?

서양에서 말하는 행운의 숫자’7’을 뜻하는 의미도 있지만 일부 지방사람들은 고인이 된 사람에게 제사를 7일 주기로 7회 지낸다고 해 싫어하기도 하죠. 이들은 7이 ‘럭키세븐’이 아니라 죽음과 연관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 서방문화 유입의 영향 탓인지 숫자 ‘7’도 선호되는 숫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숫자 ‘6’은 발음이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간다는 뜻을 가진 류(流)와 같죠. 66이라는 숫자는 모든 것이 두 배로 잘 풀려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 인기가 있습니다.

 

□ 중국의 엘리베이터에는 4층, 13층, 14층, 24층이 없다??

 ‘4’는 짝수이기는 하지만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이죠. 중국의 엘리베이터 층 버튼을 유심히 살펴보면 4층, 14층, 24층이 없습니다. 4층은 ‘죽을 사(死)’를 의미하기 때문이며 14는 역시(要死)로 읽으면 ‘죽을 것이다’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싫어합니다.

13도 싫어하는 숫자이죠. 그 이유는 뚜렷하지 않으나 중국인이 싫어하는 숫자 중 하나입니다. 상하이(上海)에서는 ‘13点’이라는 은어가 쓰이는데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중국인은 싫어하는 숫자도 그냥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적극 노력하죠. 그래서 중국 전역의 많고 많은 고층빌딩은 4, 13, 14, 24층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 건설업계의 계약서 옵션 선택에도 공란이 있을 정도이죠. 공식적으로는 30층인 고층아파트가 사실은 26층인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세 자리 숫자와 두 자리 숫자 조합

두 자리나 세 자리 숫자에서도 중국인의 호불호는 분명히 갈리죠. 우선 좋아하는 세자리 숫자는 ‘588’이 가장 먼저 꼽힙니다. “나는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 라는 의미의 ‘워파파(我发发)’로 발음되기 때문이죠. ‘250’은 ‘13’과 뜻이 비슷한 숫자로 바보나 멍청이를 의미하죠. ‘얼바이우(二百五)’보다는 가급적 ‘량바이우(两百五)’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자리 숫자 중 ‘38’은 중국에서 가장 터부시되는 숫자이죠. 여성들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인데, 행실이 좋지 않은 매춘부 정도로 해석됩니다. 멀쩡한 여자들 앞에서 이런 숫자를 입에 담았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으니 명심해야 합니다.  ‘74’도 조심해야 하는 숫자이죠. ‘화나 죽겠다(气死)’와 같은 발음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 짝수가 좋고 홀수는 피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인은 홀수를 싫어하고 짝수를 좋아하죠. 이 때문에 결혼 등의 잔치에 부조금이나 선물을 보낼 때는 항상 짝수로 해야 합니다. 1, 3, 5가 들어가 는 부조금이나 선물은 피해야 합니다. 하우스청솽(好事成双: 좋은 일은 겹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도 여기서 나옵니다. 하지만 1도 숫자 8과 함께 사용하면 좋게 해석되죠. 이때는 1의 발음이 ‘이’가 아닌 ‘야오(要)’가 되어 ‘나는 돈을 벌겠다’ 라는 의미로 좋게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 시사점

중국인의 숫자에 대한 집착은 한국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하죠. 따라서 중국에서는 숫자를 대할 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숫자에 대한 관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중국인과 가까워지거나 비즈니스를 할 때 유리한 점도 참 많답니다. 

                                              2014.4.19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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