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정치

글로벌 다자개발은행 체제에 주도권 경쟁 시작됐다

아판티(阿凡提) 2014. 9. 4. 05:30

중국이 새로운 다자개발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MDB) 체제를 열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죠.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제안한 데 이어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공 등이 함께 참여하는 BRICS 개발은행(NDB, 신개발은행)도 적극 추진 중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AIIB와 NDB의 자본금 분담 및 지배구조 배분이죠. AIIB의 경우, 중국이 총 자본금의 절반을 부담하고, 다른 회원국들의 출자 규모는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에 따라 배분하자는 것이 중국의 제안입니다. AIIB의 총 자본금 한도가 100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부담할 금액은 최대 500억 달러에 이르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5~7% 정도의 부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지배구조입니다. 중국이 총 자본금의 50%를 납입하는 만큼 출자 지분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면 중국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죠. 그래서 ADB 등 다른 다자개발은행들의 경우, 지분이 많은 나라들이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상근이사들로 구성된 상임이사회를 둡니다. 주요국들이 상근이사들을 임명한 후, 투자처 결정 등 주요 사항에 관한 논의와 결정을 이 상임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AIIB에 상임이사회를 두지 말자고 주장합니다. 총회, 집행부, 비상임이사회 형태로 지배구조를 구성하고, 투자 관련 의사결정은 최대 주주인 중국 정부가 지명한 집행부에 맡기자는 뜻이어서 AIIB가 중국의 뜻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견제하기가 어렵죠.

 

AIIB에 비해 NDB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입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5개 회원국이 똑같이 100억 달러씩을 초기 자본금으로 출자하는 만큼 지분 비율이 같죠. 즉, 어느 한 나라가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중국이 이처럼 새로운 다자개발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중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죠. 또,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중국개발은행(CDB)만으로는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중국 기업들이 시장과 경쟁의 힘을 받아들이고 국제적 표준과 관행에 익숙해지지 않을 수 없도록 새로운 플랫폼 발굴에 나선 것입니다.

 

'글로벌 다자개발은행 체제에 주도권 경쟁 시작됐다'라는 제목의 아래 글은 LG연구원에서 발표해 주었습니다. 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경험이 적은 젊은 선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쪽에 맞추는 것이 유리해 보입니다. 즉, AIIB를 비롯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에서 기대되는 이익이 큰 만큼 참여 자체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되, AIIB 내
상임이사회 설치 등 한중 양국과 아시아 모두에게 도움이 될만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2014.9.4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글로벌 다자개발은행 체제에 주도권 경쟁 시작됐다(140819, LG연구원).pdf

1043

 

 

 

 

글로벌 다자개발은행 체제에 주도권 경쟁 시작됐다(140819, LG연구원).pdf
0.4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