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판티 이야기/강의, 출연, 세미나

금융연수원 강의 후의 단상

아판티(阿凡提) 2014. 9. 12. 20:57

 

 

 

어제(9.11일)는 금융연수원에서 강의를 했었죠. 내년 1월 신임지점장으로 발령받을 예정인 우리은행 직원(pre-ceo)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강의제목은 '중국금융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이었죠. 오전 10시에 시작된 강의는 오후 1시에 종료되었습니다. 곧 지점장으로 발령받을 수강생들이라 눈이 초롱초롱하게 강의에 집중하더군요.

 

강의제목과 다르게 그 날은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금융산업의 현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요. 특히 그 날 아침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었죠. "가나, 캄보디아보다 못한 한국 금융 경쟁력 86위". 아침부터 아판티의 기분이 엉망이었음은 물론입니다. 요즘들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에 대해 개탄해 왔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처음에는 예비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우리 금융인들이 너무 안이하게 근무해왔던 것이 아닌가 반성해 보자고 말씀드렸죠. 그동안 보이지 않게 정부에서 인정해 준 예대금리차로 이자수익을 내어왔고, 그러다 보니 신상품개발이나 해외진출을 고민해 볼 필요조차도 없었다. 심지어 해외투자자들은 경쟁력없는 우리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걸 반대할 정도로. 관피아 등 외부 ceo가 부임하면 노조는 출근을 저지하고 뒤에서는 직원이 필요한 것을 취해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금융산업 경쟁력에 비해 과도한 봉급을 받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 사이에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얘기들이었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반성하자는 뜻에서 그렇게 얘기는 했지만 아판티는 결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금융당국에 있다고 봅니다. 낙하산으로 영입되는 ceo는 은행의 발전보다는 정부의 눈치를 더 살피고, 그 분의 진정한 목표는 은행의 발전이 아니었죠. 왜나하면 임기가 끝나면 떠날 사람이니까요. 우리의 금융당국은 어땠습니까? 각종 규제를 이용하여 은행의 발목을 붙잡고, 은퇴하면 감독대상인 금융회사의 감사로 취임하여 바람막이 노릇을 하고, 갑중의 갑의 행세를 해 왔던 건 아닌가요?

 

지난 1년 간 금융산업에서 없어진 자리만 5만개라고 합니다. 그련데 지금도 금융산업은 구조조정 중입니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계속될 지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아 우리 금융산업은 갈 곳을 완전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면 언젠가는 고요가 찾아오겠죠.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이긴 것입니다. 우리 <금융산업 가족>들 홧팅입니다.

 

2014.9.13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