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경제

中 과학 역량 폭발적 성장 & 당랑지부(螳螂之斧)

아판티(阿凡提) 2016. 5. 10. 05:24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연구의 강국은 어디일까. 세계적인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따르면 이 분야 논문을 가장 많이 낸 나라는 미국도 영국도 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은 4050(전체의 31.2%)으로 미국(15.4%)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한국 비중은 2.9%으로 15위에 그쳤다. 중국은 과학 연구 분야에서도 우리를 압도한다는 얘기다.

 

항공기 제조 분야를 보자. 중국이 독자적으로 상업용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나선 건 2006년이었다. 보잉·에어버스 등 세계 메이저 업체들은 ‘그 복잡한 기술을 중국이 어찌…’라고 코웃음 쳤다. “기껏해야 ‘짝퉁’ 비행기 만들다 말겠지”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러나 중국이 개발한 민간항공기 C919는 지금 상하이 푸둥(浦東)의 중궈상페이(中國商飛) 공장에서 조립 작업을 끝내고, 시험 비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고속철도도 그랬다. 2000년대 중반 독자 개발에 나섰을 때만 해도 업계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톰스, 일본의 가와사키 등은 핵심 기술을 감추며 중국 기업들을 농락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전 세계 고속철도의 절반이 넘는 약 16000㎞의 노선을 깐 이 분야 최고 기술 강국이 됐다. 우주개발 분야에서는 이미 달 탐사선을 보내기도 했다.



인터넷 모바일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창업 붐은 실리콘밸리를 능가할 기세다. 정부는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슬로건으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그에 호응한다. 거시 경제의 둔화 속에서도 미시적으로 들어가 보면 기업의 혁신 역량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의 힘이다. 377000여 개에 이르는 ‘규모 이상의 기업(매출 약 356000만원 이상의 기업)’들은 수익률 하락 속에서도 2013~2015년 연구개발(R&D) 인력을 40% 이상 늘렸다. R&D에 쏟아부은 예산도 같은 기간 50% 이상 증가했다.



 

과학적 성과의 상업화 여건은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 중국에는 아이디어만 가져오면 시제품을 뚝딱 만들어줄 수 있는 두터운 제조 기반이 있다. 전국에 퍼진 ‘산자이(山寨·짝퉁 제조업체)’들이 창업 아이디어맨들과 연합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이들은 거부를 꿈꾸며 창업대열에 뛰어든다.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소비 패턴에 고착되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의 소비 생활을 즐긴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상품 수가 가장 많고, 또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거시적 둔화와 미시적 강화’는 모두 한국에 묵직한 도전을 제기한다. 중국 거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에서 먹을 떡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의 강화는 더 심각한 문제다. 내부 역량을 강화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강하게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기업의 주된 영역이었던 철강·화학·기계·선박·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장비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상당한 실력을 키웠다. 자칫 한국 기업들이 중국 산업에 빨려들 수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이 아직 하지 않고 있는 영역을 우리가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과학 연구는 중국과 매우 유사하다. 특화 분야가 중국과 겹치고, 양·질적으로 뒤지고 있는 셈이다. 과학을 통해 중국을 따돌리거나 과학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은 ‘소프트 이노베이션(soft innovation)’의 길을 더 넓게 열어야 한다. 디자인,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의 창의(創意)산업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럴 때라야 비로소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에서의 대중국 비교우위를 지킬 수 있다. 중국과 정면대결하는 당랑지부(螳螂之斧: 사마귀의 도끼. 허약한 사람이 자기의 분수도 모르고 덤벼들거나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의 자세를 버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래 자료는 중앙일보 기사를 옮겨온 것이다.

 

 

 

 춘추 시대 제나라 장왕()은 어느 날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다가 희한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괴상하게 생긴 커다란 벌레 한 마리가 길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긴 앞발을 번쩍 쳐들어 장왕이 탄 수레의 바퀴를 막으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장왕은 얼른 수레를 멈추라고 명하고, 그 신기한 벌레의 이름이 무엇인지 부하에게 물었다.


“사마귀라고 하는 벌레입니다.”
“사마귀라……”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 뿐 물러설 줄을 모르고, 제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체 강적에게 마구 달려드는 미욱한 놈이지요.”


그런데, 삼국 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에 조조가 공공연히 야망을 드러내어 세력을 확장하자, 그를 미워하는 진림()이란 사람이 사방의 영웅들에게 원소()를 중심으로 뭉쳐 조조를 무찌르고 천하의 대의를 살리자고 호소한 격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조조의 형세는 ‘마치 사마귀가 분수도 모르고 앞발로 수레바퀴를 막으려는 것[(당랑거철)]’과 다를 바 없으니……”



                                                2016.5.1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中 과학 역량 폭발적 성장(160421, 중앙일보).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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