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경제

중국의 기업가정신과 한국의 관료주의 & 요원지화(燎原之火)

아판티(阿凡提) 2016. 8. 8. 05:27

최근 들어 중국 가전업체의 공격적인 글로벌 M&A 가속되고 있다. 얼마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Haier)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GE 가전부문 인수절차를 마무리하였고, 이에 앞서 동사는 2011년에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산요전기의 백색가전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비단 하이얼만이 아니다.  다른 중국의 가전업체인 메이디(Midea)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을 인수한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일본 가전산업의 자존심이자 대표적인 글로벌 장수기업의 가전부문 경영권이 최근   사이에 중국업체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이러한 중국 가전업체의 공격적인 경영에 대해 글로벌 산업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나아가 중국내 시장이 포화되면서 중국업체들이 불가피하 글로벌 확장전략을 추진할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내외부 환경의 변화만이 아니라 이를 대하는 중국기업들의 기업가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하이얼의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을   있다. 그는  하이얼이 가전 제조기업으로서의 영속성은 그리 길지 않다고 판단하고 인터넷 플랫폼기업으로의 변신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이얼이 GE 가전부문을 인수한 것이나 알리바바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으 이해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을 새삼 거론하는 것은 현재 몇몇 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민낯으로 드러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관료주의와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교역량이 감소하고 조선수요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1~3위를 차지하고 있던 국내 조선사들은 서로 저가경쟁에 골몰했고, 경험도 없는 해양 플랜트사업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 

 

단기 실적을 유지하기만 하면 장기적인 위험 정도는  일이 아니다라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폐단이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과거  차례의 불황 사이클을 견뎌냈다는 안이한 자신감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는 소비자 혁신처럼 기업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변수에 대한 고민보다는  앞의 이익  중요했을 것은 명확하다.

 

한편, 구조조정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기업내 조직문화의 현실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회 전반적인 혁신성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 연말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세계 주요국의 기업가정신지수(AESI)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44개국 중에서 28위에 불과했다.   조사에서 중국이 2위를 차지한 사실도 그렇지만, 일본이 최하위였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다. 

 

산업구조의 변화과정에서 주도권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있다. 그러나 그러한 구조변화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느냐 아니면 관료주의를 답습하느냐,  그  차이를 현재 우리는 여실히 목도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창업과 혁신의 물결이 요원지화(燎原之火: 걷잡을 수 없이 빠른 기세로 타오르는 들판의 불길)를 이루고 있다. 아래 자료는 하나금융연구소에서 발표해 주었다.

 

 

 

 서경()》의 반경편()에 나오는 말이다. 고대 중국 은()나라 탕()임금의 10대 손인 반경()이 황하의 수해를 피하기 위해 수도를 경()에서 은()으로 옮기려고 하자 여기저기서 반대의 소리가 많았다. 반경은 수도를 옮기려는 의지가 확고했지만 반대 여론을 힘으로만 누르지 않고 잠재우기 위해 설득에 나섰다. 맨 먼저 조정의 문무백관을 설득하려고 그는 관리들을 모아 놓고 간곡히 부탁했다.

 

 “너희는 어찌 나에게 고하지 않고서(), 서로 뜬소문으로 부추겨, 백성들을 공포에 잠기게 하는가?( ) 마치 불이 들판에 붙은 것과 같아서(), 너희에게 가까이 갈 수조차 없는데 어찌 그것을 박멸할 수 있겠느냐( ). 그러므로 오직 너희 무리가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지, 나에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 이것을 알기 쉽게 풀이한다면 “너희들이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서 뜬소문을 퍼뜨려 백성들이 공포와 혼란에 빠져 있다. 나쁜 소문이 번져가면 그것은 마치 넓은 벌판에 화톳불을 붙여 놓은 것과 같아 아무도 그것에 근접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그 불을 끄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너희가 스스로 불안한 태를 만들어낸 것이지 내 잘못은 없다.”라는 뜻이다.

이처럼 요원지화란 원래 무서운 기세로 타고 있는 들판의 불길을 뜻하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오랫동안 억눌린 세력이나 주장이 걷잡을 수 없게 퍼져나가는 태를 가리키게 되었다.

 

 

 

2016.8.8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중국의 기업가정신과 한국의 관료주의(160701, 하나금융경영연구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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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업가정신과 한국의 관료주의(160701, 하나금융경영연구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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