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금융 이야기/중국금융 기타

인민은행의 딜레마, 디레버리징과 실물경제 안정 & 수서양단(首鼠兩端)

아판티(阿凡提) 2017. 4. 7. 05:29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1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2월 3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와 단기 유동성지원창구(SLF) 금리를 연이어 인상하였다. 공식 성명서를 게시하지 않고 발표한 금리 인상을 두고, 당일 중국 국내외 언론들은 일제히 중국 통화정책이 긴축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인민은행 내부 인사들의 설명은 이를 부정하는 내용들이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금번 금리 인상 조치는 기준금리 인상과 구별되어야 하며 통화긴축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기준금리는 은행 예대금리이다. 단기 시장금리 변동을 유도하여 중장기 금리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미국과 한국 등의 기준금리와 비교하면 사실상 ‘금리 규제’에 가까운 것으로, 금리자유화의 진전으로 그 중요도가 약화되는 추세이다.

 

반면 역RP 금리와 SLF 금리는 보다 진일보한, 말하자면 ‘시장’을 고려한 정책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인민은행 스스로가 그 파급력을 제한하고 경계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과 인민은행이 처해있는 딜레마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금번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은 자산버블 우려와 급격한 대출 증가이다. 그간 통화완화 기조로 풀린 대규모 유동성은 실물경제에 유입되지 못하고 레버리지 과정을 거쳐 대도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어 중국 부동산 경기과열 및 버블 우려를 높여왔다.

 

중국 정부는 상당 기간 금리자유화와 자본시장 개방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최근 1~2년 사이에 주식시장 개입, 금리 규제 부활,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 등을 거듭하면서 그간의 금융개혁 성과를 크게 위축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공급측 개혁 가속화를 위한 디레버리징이 강화되어 중국 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정치적 안정을 위해 경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자산버블을 해소하기 위한 과도한 디레버리징 조치는 유동성 리스크와 자산버블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책당국은 직접적인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해답의 실마리는 ‘시장’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개혁을 재개하고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수서양단(首鼠兩端:쥐가 머리만 내밀고 두리번거린다는 뜻으로, 얼른 결정을 못하는 우유부단 또는 이모저모 살피는 기회주의를 꼬집는 말)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정책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국의 금융과 경제 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해 주었다.

 

 

 ≪(사기)≫(위기무안열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무제 때 外戚(외척) (위기후) (두영)의 편을 들던 장군 (관부)가 홀로 위기후를 감싸고 있을 때 (전분)은 관부의 실수를 빌미로 옥에 가두고 그에게 불경죄와 여러 죄를 씌어 관부를 사형에 처하고 가족까지 몰살하려 했으나 위기가 무제에게 상소를 올려 관부의 처리가 조신들의 공론에 처해졌다.

 

이때 어사대부 (한안국)이 천자의 (재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청)하자 한무제는 신하들의 어정쩡한 태도를 보고는 토론을 중단해 버렸다. 조정에서 물러나 온 무안이 어사대부 한안국을 자기 수레에 태우고 돌아오며 꾸짖었다. “그대와 함께 대머리 늙은이를 해치우려 했었는데, 어째서 首鼠兩端(수서양단)의 태도를 취한단 말인가.”

 

 

 

2017.4.7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인민은행의 딜레마, 디레버리징과 실물경제 안정(170308, 산은경제연구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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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의 딜레마, 디레버리징과 실물경제 안정(170308, 산은경제연구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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