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문화

방언의 천국 중국, 그 전혀 알 수 없는 세계 & 군계일학(群鷄一鶴)

아판티(阿凡提) 2017. 4. 8. 05:28

중국에서 ‘표준어(보통화)’라는 개념은 청나라 말기에 들어서야 나타났다. 청 황실은 당시의 베이징 언어를 표준어로 삼아 ‘국어’라고 호칭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만주족이 사용하는 중국어 발음이 표준발음이 됐다. 때문에 만주족의 본거지였던 동북지역의 중국어 발음은 아직까지도 보통화와 거의 흡사하다.

 

1949년 중국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출범시킨 후 표준어인 ‘보통화’를 지정했다. 아직까지 대만은 표준어를 ‘국어’라고, 대륙은 ‘보통화’라고 부른다.

 

동북방언은 랴오닝(遙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3개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칭하지만, 허베이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톈진(天津) 지역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까지를 통칭하기도 한다. 둥북방언은 중국 표준어와 제일 가까운 방언이다. 일부 단어나 표현, 억양이 다르긴 하지만 표준어 발음만 가지고도 충분히 알아들어낼 수 있다.

 

산동성 칭다오(靑島), 옌타이(煙台), 웨이하이(威海)시 등 교동반도의 도시발음은 동북지역 발음에 가깝다. 과거 1900년대 초반 산둥지역 사람들이 대거 동북지역으로 이주해간 영향이다. 하지만 내륙지역의 산둥방언은 알아듣기 어렵다. 산둥방언의 억양에 대해 베이징사람들은 ‘독특한 발음이 촌스럽지만 자주 듣다보면 깊은 맛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한다. 산둥인들은 “과거 공자와 맹자가 사용한 언어가 바로 산둥방언”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쓰촨(四川)방언은 다른 지역 방언과 달리 천천히 말하면 비교적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어휘나 사용단어들도 보통화와 거의 비슷하다. 전형적인 쓰촨어를 사용하던 덩샤오핑의 발언 역시 억양이 강하고 발음이 어려웠지만, 통역없이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고 한다.

 

창사(長沙)는 후난성의 성회(省會)이며, 내륙지역과 연해를 잇는 교통의 요지다. 창사방언을 사용하는 인구는 한족 중국인 총인구의 5%를 차지한다. 후난의 별칭은 ‘샹()’으로, 이 지역의 방언을 샹어라고 한다. 후난사람들은 샹어를 우아하면서도 함축하는 뜻이 깊고 감정을 자아낸다고 소개한다. 창사방언은 ‘홍루몽’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상하이방언과 저장(浙江)성 방언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 언어를 통칭해서 오어(吳語)라고도 한다. 오어의 발음은 보통화의 발음과 완벽하게 다르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오어 중 상하이어가 가장 영향력이 크며,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역사적으로 상하이지역에서의 해외이민이 많았으며, 상하이의 경제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많은 부호들이 사용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저장성 방언 중 원저우(溫州)방언은 중국에서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방언으로 꼽힌다. 항일전쟁시기 공산군은 원저우 사람들을 연락병으로 기용했다. 원저우출신 연락병들끼리는 소통에 문제가 없었지만, 일본군 도청병들은 이 언어가 중국어인지 타국어인지, 중국어라면 어느지역 언어인지를 전혀 분간해내지 못했다. 그 덕에 공산군은 별도의 암호체계 없이 작전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푸젠(福建)성의 방언은 푸젠성 동쪽의 민둥어(閩東語), 푸톈시(田市)와 셴유시(仙遊市)를 중심으로 하는 푸셴어(仙語), 푸젠성 중부지방의 민중어(閩中語), 푸젠성 북부지역의 민베이어(閩北語), 푸젠성 남부지역의 민난어(閩南語) 등으로 나뉜다. 푸젠성 출신이 많은 대만에서도 민난어가 사용된다. 또한 푸젠성출신 화교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민난어다. 어림잡아 7500만명이 사용한다고 한다.

광동어(캔토니스)는 중국의 방언 중 가장 널리 퍼져있으며, 사용하는 인구가 가장 많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광둥어가 사용되며, 이 지역 출신 화교들도 광둥어를 쓴다. 광둥(廣東)지역에서 통용되는 광둥어는 자체의 독특한 발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용어휘도 보통화와는 다르다. 보통화에 4가지 성조가 있지만, 광둥어에는 6가지의 성조가 있다. 과거 광둥어가 독립된 언어인지 중국어의 일종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은 방언의 천국이다. 같은 문자와 어법을 사용하지만 발음과 억양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중국 전역에 수백여종의 방언이 존재하며, 군계일학(群鷄一鶴: 닭의 무리 중에 있는 한 마리 학이란 뜻으로, 많은 사람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말)으로 여겨지는 방언은 없다. 단지 표준어만 존재할 뿐이지만
표준어 발음만 알아서는 이들 방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말 그대로 천국에서 방언이 마음대로 노니는 형국이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아주경제>에서 기사한 내용이다. 

 

 위진()시대, 죽림칠현()으로 불리는 일곱 명의 선비가 있었다. 이들은 종종 죽림에 모여 노장()의 허무사상을 바탕으로 한 청담()을 즐겨 담론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중 위()의 중산대부()로 있던 혜강()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했다. 그때 혜강에게는 나이 열 살 밖에 안되는 아들 혜소가 있었다. 혜소가 성장하자, 당시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던 이부()에서 벼슬하던 산도()가 무제(, 256∼290)에게 다음과 같이 청하였다.

"폐하, 아비의 죄는 아들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혜소가 가진 슬기와 지혜는 춘추시대 진()나라의 대부 극결에게 결코 뒤지지 않사오니, 그를 비서랑으로 등용하옵소서."

무제는 그가 추천할 만한 사람이라면 더 높은 자리를 줘도 좋다고 말하며 비서승()으로 혜소를 기용했다. 혜소가 처음으로 낙양()에 입성하자, 어떤 사람이 칠현의 한 사람인 왕융()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제 혼잡한 인파 속에서 혜소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의 드높은 기개와 혈기가 마치 '닭의 무리 속에 있는 한 마리의 학[군계일학()]'과 같더군요."

 

 

 

2017.4.8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방언의 천국 중국, 그 전혀 알 수 없는 세계(170207, 아주경제).docx

 

1726

방언의 천국 중국, 그 전혀 알 수 없는 세계(170207, 아주경제).docx
0.24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