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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는 시진핑의 ‘중국의 꿈’ 깨는 시발점인가 & 망양지탄(望洋之歎)

아판티(阿凡提) 2017. 4. 10. 05:04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보복은 왜 이렇게 거친가.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또 한국의 결정이 중국과 충분한 상의 없이 이뤄졌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세 차례에 걸친 요청을 한국이 외면했기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게 다일까. 더 중요한 원인은 없을까. 혹시 사드의 한국 배치가 21세기 중화제국 재건에 나선 시진핑의 ‘중국의 꿈(中國夢)’을 깨뜨리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중국은 오랫동안 제국이었다. 우리는 역사상 중국에 존재한 제국을 통칭해 중화제국이라 부른다. 중화제국은 당송(唐宋) 변혁기를 경계로 전기 중화제국과 후기 중화제국으로 나뉘며 전자는 한()과 당(), 후자는 명()과 청()을 전형으로 삼는다. 이들 왕조를 제국이라 일컫는 것은 단순히 황제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라서가 아니다. 제국은 광활한 영토, 공간의 조직화 능력, 언어 및 종교의 다양성, 문명의 헤게모니 등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제국은 관료제에 의존한 직접지배와 기미지배 등의 수단을 활용한 간접지배를 통해 광대한 영역을 하나의 정치적 단위로 통합했다. 또한 언어, 종교, 문화 등의 다양성을 통합하는 독자적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제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물론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강력한 조세 장악력(재정)이 이와 같은 통합 메커니즘을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진시황이 만들고 한()에서 그 전형이 완성된 중국의 제국체제 근간은 20세기 초까지 유지됐다.
 
중화제국은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제국이 붕괴되면 또 다른 제국이 이어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중화제국은 제국으로서의 복원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중국 제국이 20세기 벽두에 붕괴했다. 중국인들은 이를 ‘수천 년 동안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던 변화’라고 했다. 청의 몰락은 역사상 여러 차례 경험한 여느 제국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제국이 가진 패권의 상실 혹은 왕조 교체란 차원을 넘어 중국 제국의 연속을 가능하게 했던 가치와 문화의 몰락을 수반했기 때문이다. ‘복원 불가능한 해체’로 여겨졌다.
 
한데 그런 중국 제국이 복원되고 있다. 시진핑 시대를 맞이하면서다. 그는 이제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주도자를 넘어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만드는 주체자임을 천명하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중국의 꿈 제창이 그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은 반드시 중국의 길(中國道路)을 걸어야 하고, 중국의 정신(中國精神)을 선양해야 하며, 중국의 힘(中國力量)을 결집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중국이 이제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이 아닌 중국적 표준(Chinese Standard)에 따라 대국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의 ‘제국화’, 즉 중국의 제국 만들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과거 중국 중심의 천하질서는 패권(억압)과 포용(관용)을 두 축으로 했다. 새로운 중화제국 건설에 나선 시진핑의 중국이 패권과 포용 둘 사이에서 어떤 측면을 더 드러낼지는 시간이 말해 주겠지만 관용 속에 내재된 제국의 억압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게 바로 21세기 중화제국의 부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또 실제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다. ‘중국적인 길’을 걷겠다는 오늘날의 중국은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수(常數).
 
냉전 시대에 우리는 중국을 ‘타자(他者)’로, 경계하고 멀리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긴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중국은 결코 ‘타자’로만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냉전 시대의 현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고 이제 냉전 시대가 만든 중국에 대한 인식 패러다임은 그 짧은 생명을 다했다.

시진핑은 이미 ‘중국의 꿈’ 제창으로 시동을 걸었다. 패권 장악을 위한 중국과 미국의 씨름이 본궤도에 올랐다. 중국의 사드 반대는 그 연장선에 있다. 미·중의 대립에서 한반도는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으로 중국은 이해한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합류한다는 이야기다. 중화제국 건설에 나선 시진핑으로선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울타리가 무너지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격렬히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웃 중국을 보면서 망양지탄(望洋之歎: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감탄한다는 말로,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보고 자신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이란 고사성어를 떠올린다. 위 내용은 중앙일보 기사(첨부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장자()》 외편 추수()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 황허()에 하백()이라는 신이 살고 있었는데, 늘 자기가 사는 강을 보면서 그 넓고 풍부함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어느 가을 홍수로 인해 모든 개울물이 황허로 흘러들자, 강의 넓이는 하백으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흐름이 너무나 커서 양쪽 기슭이나 언덕의 소와 말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백은 천하의 아름다움이 모두 자기에게 있다며 가슴이 벅차하였다. 그리고는 강의 끝을 보려고 동쪽으로 따라 내려갔다.



한참을 흘러 내려간 후 마침내 북해()에 이르자 그 곳의 신 약()이 반가이 맞아 주었다. 하백이 약의 안내로 주위를 돌아보니, 천하가 모두 물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백은 그 너른 바다를 보고 감탄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속담에 이르기를 백 가지 도를 듣고서는 자기만한 자가 없는 줄 안다고 했는데, 이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 만일 내가 이 곳을 보지 못하였다면 위태로울 뻔했습니다. 오래도록 내가 도를 아는 척 행세하여 웃음거리가 되었을테니까 말입니다."



북해의 신 약은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말해도 소용없음은 그가 사는 곳에 얽매어 있기 때문이고, 여름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말해도 소용없음은 그가 시절에 묶여 있기 때문이오. 지금 그대는 벼랑 가에서 나와 큰 바다를 보고, 비로소 그대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으니, 이제야말로 큰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겠소?"



여기서 망양지탄은 가없는 진리의 길을 보고 스스로 자기가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는 뜻을 넓게 해석하여 자기의 힘이 미치지 못함을 탄식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2017.4.10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사드 배치는 시진핑의 ‘중국의 꿈’ 깨는 시발점인가(170315, 중앙일보).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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