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정치

중국의 사드보복과 팍스 시니카 & 선발제인(先發制人)

아판티(阿凡提) 2017. 4. 29. 00:24

많은 관측자들은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다시 한번 동아시아 헤게몬의 역할을 맡으리라 전망한다. 다소 지나친 우려를 표명하는 '헤게몬'의 저자 스티븐 모셔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중국인들은 자신이 "미국과의 경쟁을 통해 오늘날의 팍스 아메니카나를 팍스 시니카로 대체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믿는다.

중국인들은 세계를 지난 2천여 년 동안 자신들이 조직했던 바로 그 질서대로 재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질서란 중국이 중심에 있고 굽실거리는 위성국들이 그 주변을 둘러싼 형태를 띤 것이다.(169)

 

마르테 셰르 갈퉁 등의 '중국의 미래' 중에서(부키)

 

요즘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언론의 한국을 무시하는 거친 표현은 이제 일상적이 되었습니다. '성주를 미사일로 타격하자'는 주장도 보입니다. 이런 중국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로하여금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판사들이 보내준 신간들을 흝어보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시각이 아닌, 노르웨이라는 나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중국론'이었습니다. 저자들이 노르웨이 국방부의 중국과 아시아 전문가들이더군요. 책에서 눈길이 간 챕터는 '중국이 동아시아를 지배하게 될까'였습니다.

 

'팍스 시니카'. '중국에 의한 평화'라는 의미입니다. '평화'라고 하니 얼핏 좋아보이지만,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가 아닙니다. 과거 동아시아의 '조공체계', 즉 위계질서를 의미하지요.

"중국인들은 세계를 지난 2천여 년 동안 자신들이 조직했던 바로 그 질서대로 재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질서란 중국이 중심에 있고 굽실거리는 위성국들이 그 주변을 둘러싼 형태를 띤 것이다."(169)

 

예전에 누군가가 말한, "중국은 다른 나라가 말을 듣지 않으면 적국으로 보고, 말을 잘 들으면 속국으로 본다"라는 표현이 떠오르더군요.

 

노르웨이의 중국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의 영향력은 인근의 24개국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고 썼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 24개국에는 인도, 베트남, 일본, 러시아같이 인구가 많고 강력한 군사대국도 포함되어 있다. 이 나라들은 하나같이 중국을 의구심 섞인 시건으로 바라본다.

인도는 중국의 전략적 포위를 의심하며, 일본인들은 점점 더 공세적이 되어가는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군사교전으로 비화될까 두려워한다. 러시아인들은 중국이 결국 동시베리아를 침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리고 저자들은 결론적으로 동아시아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시도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이렇듯 강력한 반중 세력이 동아시아에 버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동아시아에서의 새로운 헤게모니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여정이 평탄치만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172)

 

평온한 시절에는 '모두와 두루두루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순간, 정말 긴박한 순간에는 누가 친구인지 드러나게 됩니다. 북한의 핵위협이 실제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이 그렇습니다.

 

'갈등이야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이웃국가'...

한국과 중국이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저자들이 표현한 '중심과 굽실거리는 위성국'의 모습쪽과 비슷해질 것인가. 우리의 선발제인(先發制人:'먼저 행동하여 남을 제압한다'라는 뜻으로, 기선을 제압하여야 승리할 수 있다는 말)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훗날 돌아보면, 지금 이 시기가 한중관계의 미래를 결정지은 '중요한 몇 년'이 될 겁니다.

 

위 내용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진()나라의 시황제()가 죽고, 그의 아들인 호해()가 즉위한 해 7월에 진승()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해 9월에 회계() 군수 은통()이란 자가 항우의 숙부인 항량()에게 "강서 지방은 모두가 반란을 일으켰으니, 하늘이 진나라를 멸망시키려는 때가 온 것이오. 내가 듣으니, 먼저 행동하면 남을 제압하고, 나중에 행동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고 하더이다(, ). 내가 군대를 일으키려 하니, 그대와 환초()를 장군으로 삼으리다"라고 하였다.

 

이 때 항량이 항우를 불러들인 뒤 눈짓을 하며 "쳐라"하고 말하자 항우가 칼을 뽑아 은통의 머리를 베었다. 항량은 군수의 머리를 들고 그의 인수()를 차고 나왔다. 군수의 부하들이 크게 놀라 우왕좌왕하니, 항우가 베어 죽인 자가 100명에 가까웠다. 그러자 관아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엎드려서는 감히 일어서지 못하였다.

 

이 고사는 《사기》의 〈항우본기〉에 실려 있다. 《한서()》의 〈진승항적전()〉에는 항량이 은통에게 "먼저 행동하면 남을 제압하고, 나중에 행동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 )"라고 말한 것으로 실려 있다. 여기서 유래하여 선발제인은 남보다 먼저 일을 착수하면 반드시 남을 앞지를 수 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2017.4.29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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