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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 네트워크와 한국금융의 위치 & 한단지보(邯鄲之步)

아판티(阿凡提) 2017. 7. 17. 05:18

금융은 그 자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다. 한 국가 내에서 개인, 금융기관들과 중앙은행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하는 금융기관 간 네트워크로 확장하면 국제 금융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러한 국제 금융 네트워크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7년 미국에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다른 국가들로 전염되는 데 국제 금융 네트워크가 중요한 통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동북아시아 금융 허브를 목표로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였으며,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였다.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 중심지 지수가 낮게 나타난 것은 한국의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 있어 중심지 지수가 높게 나오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뿐만 아니라 자국민의 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역시 높아야 한다. 또한 금융 중심지 지수가 높은 다른 국가들과도 상당한 수준의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금융 중심지 지수가 낮게 나옴으로써 이러한 금융시장의 국제화 시도가 실패하였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네트워크 중심지 지수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국인의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원활하게 하고 법과 제도를 투명하게 정비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금융 중심지는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뿐만 아니라 외국 시장에 대한 내국인 투자를 통해서도 측정된다. 따라서 외국 시장에 대한 내국인 투자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이미 금융이 발달되고 국제 금융 시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의 금융시장에도 내국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확보해야 한다.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동성을 자랑했던 한국의 선물시장처럼,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 강점을 갖고,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할 수 있는 뚜렷한 강점을 갖는 금융상품 혹은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네트워크 산업이자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시장인 국제 금융시장에서 단기간에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단지보(邯鄲之步: 한단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가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에 특화된 국제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원활한 시장의 활동을 촉진한다면 한국이 세계금융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표해 주었다.

 

 

 

 장자()》의 〈추수편()〉에 다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손룡()은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의 사상가로, 자신의 학문과 변론이 당대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장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변론과 지혜를 장자와 견주어보려고 위()나라의 공자 위모()에게 장자의 도()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장자의 선배인 위모는 공손룡의 의중을 알고는 안석에 기댄 채 한숨을 쉬고 하늘을 우러러 웃으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밖의 세상을 볼 수 없다라고 말하고, 가느다란 대롱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송곳을 땅에 꽂아 그 깊이를 재는 꼴이라며 비웃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네는 저 수릉()의 젊은이가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엎드려 기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걸세. 지금 자네도 장자에 이끌려 여기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는 그것을 배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네 본래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자네의 본분마저 잃게 될 걸세." 이 말을 듣고 공손룡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도망쳤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한단지보()'라는 말이 비롯되었으며, 이는 자기 본분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지각없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웃어준 이야기이다. 한단학보()와 같은 말이다.

 

 

2017.7.17일(을사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국제금융네트워크와한국금융의위치(170706, 주택금융연구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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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네트워크와한국금융의위치(170706, 주택금융연구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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