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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전략, 강자의 전략 & 한단지보(邯鄲之步)

아판티(阿凡提) 2017. 9. 9. 04:56

약소국이라고 해서 마냥 발가벗은 상태로 강대국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대국보다 약소국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 존재한다. 약소국을 위한 필승 전략인 셈이다그것은 바로 비대칭 전략이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힘이 비대칭이면 전략도 비대칭이어야 한다. 즉 강대국의 전략과는 다른 차원의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133)

 

박정훈의 '약자들의 전쟁법' 중에서(어크로스)

 

약자가 강자와 경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약자가 백전백패만 하는 것도 아니지요. '현명한 전략'으로 강자를 괴롭히고, 나아가 강자에게 승리한 약자들도 꽤 있습니다

 

약자의 '현명한 전략', 그것의 기본은 '강자의 전쟁 방식'을 거부하고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입니다. 약자가 강자와 같은 방식으로 싸운다면 이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이기려면 강자가 원하는,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의 룰을 피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다른 프레임을 통해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야 승리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비대칭 전략'입니다. 국가간의 전쟁을 생각한다면, 정규전이 아닌 게릴라전 같은 비정규전이 그것입니다. 미국과 월맹의 전쟁,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그들이 싸우고 싶어하는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웠다."

베트남전쟁에서 월맹군을 지휘하며 미국에 패배라는 수모를 안겼던 보응우옌잡이 한 말입니다. 이런 월맹의 전략이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통했던 겁니다.

 

북한도 '비대칭 전략'을 통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이나 첨단무기로는 한국, 그리고 한미연합군과 경쟁이 되지 않자 북한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집중했고, 그 전략은 사실상 성공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위의 보응우옌잡이 쓴 책을 북한군 간부들이 '교재'로 삼아 탐독했다고 하지요.

 

이처럼 국가건 기업이건 개인이건 '현명한 전략'으로 강자를 괴롭히고, 나아가 승리까지 해내는 약자들이 있습니다우리가 약자의 입장이라면 한단지보(邯鄲之步: 한단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 가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지 말고, 나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통해 강자와 경쟁하는 '현명한 약자의 전략'을 고민해야겠고, 우리가 강자의 입장일 경우에는 비대칭 전략 등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려할 약자의 시도에 대응할 '현명한 강자의 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강대국의 틈에 끼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비대칭 전략은 없는 것일까요?

 

위 내용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장자()》의 〈추수편()〉에 다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손룡()은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의 사상가로, 자신의 학문과 변론이 당대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장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변론과 지혜를 장자와 견주어보려고 위()나라의 공자 위모()에게 장자의 도()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장자의 선배인 위모는 공손룡의 의중을 알고는 안석에 기댄 채 한숨을 쉬고 하늘을 우러러 웃으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밖의 세상을 볼 수 없다라고 말하고, 가느다란 대롱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송곳을 땅에 꽂아 그 깊이를 재는 꼴이라며 비웃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네는 저 수릉()의 젊은이가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엎드려 기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걸세. 지금 자네도 장자에 이끌려 여기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는 그것을 배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네 본래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자네의 본분마저 잃게 될 걸세." 이 말을 듣고 공손룡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도망쳤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한단지보()'라는 말이 비롯되었으며, 이는 자기 본분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지각없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웃어준 이야기이다. 한단학보()와 같은 말이다.

 

 

2019.9.9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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