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오에 겐자부로의 배우기-외우기-깨닫기 & 한단지보(邯鄲之步)

아판티(阿凡提) 2017. 10. 21. 05:54

'인생의 습관'이 된 독서의 기본 원리를 밝혀두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즈음, 야나기다 구니오라는 민속학자의 책을 읽고 그 뒤로 제가 쭉 해온 방법인데요, '배우기, 외우기, 나아가 깨닫기'입니다.

우리는 선생님에게서 배우는데, '배우다'라는 단어는 옛말인 '흉내 내다'와 어원이 같아요. 선생님 말씀을 흉내 내는 것에서 시작하죠. 그렇게 습득한 것을 실제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는 걸 몸으로 기억하듯 제대로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점차 타인에게 배워서 새로운 걸 알게 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것이 '깨닫기'입니다.(187)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중에서(위즈덤하우스

 

'암기위주 공부'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사실 암기는 공부의 '기본'입니다. 외울 건 외워야 독자적인 깨달음도 가능해집니다.

 

일본의 작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오에 겐자부로. 그가 자신의 독서법을 '배우기, 외우기, 나아가 깨닫기'로 설명했더군요. 오에 겐자부로는 어떤 책을 읽든지 이 '배우기,외우기,깨닫기'를 원칙을 삼았습니다

그래서 문학 책을 읽으면서 특히 시가 어렵다고 느낄 때면, 우선 그걸 외웠지요. 우선 흉내를 내며 배우고, 그걸 외워서 기억하면, 궁극적으로 깨닫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하는데, 어렵다고 느껴지십니까. 그렇다면 우선 통째로 암기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깨닫기도 가능해집니다. 한단지보(邯鄲之步: 한단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제 분수 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 가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 내용은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장자()》의 〈추수편()〉에 다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손룡()은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의 사상가로, 자신의 학문과 변론이 당대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장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변론과 지혜를 장자와 견주어보려고 위()나라의 공자 위모()에게 장자의 도()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장자의 선배인 위모는 공손룡의 의중을 알고는 안석에 기댄 채 한숨을 쉬고 하늘을 우러러 웃으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밖의 세상을 볼 수 없다라고 말하고, 가느다란 대롱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송곳을 땅에 꽂아 그 깊이를 재는 꼴이라며 비웃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네는 저 수릉()의 젊은이가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엎드려 기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걸세. 지금 자네도 장자에 이끌려 여기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는 그것을 배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네 본래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자네의 본분마저 잃게 될 걸세." 이 말을 듣고 공손룡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도망쳤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한단지보()'라는 말이 비롯되었으며, 이는 자기 본분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지각없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웃어준 이야기이다. 한단학보()와 같은 말이다.

 

 

                                       2017.10.21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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