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북한은 근본적으로 비핵화 의지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 없다고도 한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격언은 무용하다. 비핵화가 북한의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면 북한은 그럴 의지가 없다. 그렇지만 비핵화가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면 북한은 그럴 의지가 있다고 본다. 북한이 핵과 경제건설의 병진이 지속가능한 노선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노선을 전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작년 4월 20일, 북한이 경제건설 중심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안전보장과 평화체제를 전제하는 비핵화를 위한 내부적인 준비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북한의 비핵화가 교환조건이라면, 전자가 갑자기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후자도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에서 미국은 왜 비핵화와 더불어 대량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였을까?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수 십 년 동안 세계 최강의 군대의 위협 하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한 후 리비아가 걸었던 길, 그리고 대량살상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침공을 당했던 이라크라는 반면교사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그러한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결렬될 것이 분명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회담을 하고, 왜 결렬 후에도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관계가 좋다고 했을까?
그것은 북핵 문제의 처리와 관련하여 미국이 상충되는 두 가지 전략적 고려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핵무기의 비확산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가 하나라면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한 동아시아 전략이 다른 하나이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가 극소수 강대국의 핵무기의 독점과 비확산에 기초한 것이었다면 북핵은 용납될 수도 용인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북한이 핵으로 무장한 현재의 상황에서 무력을 동원한 방법은 쌍방에 모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는 유효하지 않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이다.
그것이 미국과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평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트럼프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문법에서 벗어난 지도자의 공명심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에서 대화가 결렬된 것은 쌍방의 오랜 불신에 기초한 서로의 의도에 대한 오해, 대화 과정에서의 실수, 상호 기대의 차이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관점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에 개고기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나 겉으로 그럴싸하게 허세를 부리는 것 ) 과도 관련된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관행중국>에서 발표해 주었다.
송(宋)나라 때 지어진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
2019.7.18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미중관계와 북핵 문제(190502, 관행중국).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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