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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대 시위가 말해주는 것들 & 천선지전(天旋地轉)

아판티(阿凡提) 2019. 10. 10. 07:43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안 반대 시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홍콩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16일에도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참여함으로써(홍콩 총인구는 706만 명),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공식 사과와 현 입법 기간 내 입안 포기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홍콩 시위의 복합성은 우리에게 이미 '오래된 질문'이 되어버린 '동아시아에 탈냉전 시대는 도래했는가'라는 문제를 다시금 마주하게 한다. 일찍이 1993년에 최원식은 <탈냉전 시대와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이라는 논문에서 탈냉전 시대를 맞아 "협량한 민족주의를 넘어 동아시아 연대의 전진 속에서 진정한 동아시아 모델을 창조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도래"했음을 선포했다.  


특히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 차원의 민중세상"을 열기 위해 동아시아 지역의 민중연대를 강조했으며, 이를 시발점으로 하여 백영서의 '지적 실험으로서의 동아시아', '이중적 주변의 시각과 복합국가론' 등 다양한 형태의 동아시아론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26년이 흐른 지금, 동아시아에서의 '탈냉전 시대 선언'은 너무도 빨랐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탈냉전 시대와 민중중심의 동아시아적 시각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냉전은 식민주의, 민족주의, 냉전이데올로기, 제국적 상상이 착종되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반도의 분단체제이며, 중국 대륙과 홍콩 및 대만과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복합성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냉전적 유산의 복합성과 혼종성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의 이질성을 초래함으로써, 여전히 갈등과 대립의 양상이 되풀이되어 표출되고 있다.  

동아시아 권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대한 상호참조와 연대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동아시아에서의 탈냉전과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 차원의 천선지전(天旋地轉: 하늘은 돌고 땅은 구른다. 하늘과 땅이 핑핑 돈다. 세상만사가 많이 변함)의 민중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