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4.쥐(鼠)

아판티(阿凡提) 2013. 8. 26. 17:11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개인사정으로 늦은 시간에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미안^^)

 


                  흑묘백묘론으로 '쥐 잘 잡는 고양이'의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했던 덩샤오핑의 동상.(중앙일보 조용철 기자 제공)

 

이 한 여름, 갑자기 쥐에 관한 잡념이 떠오른다. 쥐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과거 농경을 천업(天業)으로 삼던 왕조 시절의 동양에서는 쥐가 절대적인 혐오 동물이었다. 힘들여 생산한 곡식을 훔쳐 먹는 얄미운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태산이 짜르르 울릴 정도로 소란스러운가 싶었는데, 쥐 한 마리가 지나가더라’는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속담도 쥐에 관한 왠지 모를 노여움을 담고 있다. 그런 정서는 우리보다 중국이 훨씬 더하다.

 

물산이 풍부해 파라다이스와 같다고 해서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 적었던 지금의 중국 쓰촨(四川)에서는 쥐를 ‘하오쯔(耗子)’라고 불렀다. 무엇인가를 반드시 ‘축내는(耗 우리 발음 모, ‘消耗’-소모-라는 단어 참조) 놈’이라는 뜻이다.

 

그 쥐에 관한 쓰촨 지역의 수많은 연상 중 중국 현대 개혁개방과 이어진 말이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이 말에는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우리를 잘 살게 만드는 틀이 중요하다는 덩샤오핑의 실용적 사고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역시 쥐를 바라보는 중국인의 뿌리 깊은 혐오감이 숨어 있기도 하다.

 

밉고 조잡하거나, 음지만 떠돌며 나쁜 꾀를 내는 사람에 관한 형용에서도 흔히 쥐가 등장한다. 서목(鼠目)이나 서안(鼠眼)은 쥐의 눈 모양새를 일컫는 한자단어다.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다가 남의 것을 훔쳐 먹는 쥐의 행태를 사람의 행위에 덧붙여 비꼬는 말이다. 서담(鼠膽)이라고 적으면 쥐처럼 한껏 눈치만 살피면서 통 크게 나서지 못하는 사람의 형용이다.

 

성호사서(城狐社鼠)라는 한자 성어가 있다. 나라를 지키는 성채 안에 숨어든 여우, 나라의 기틀을 상징하는 사직(社稷)에 자리를 튼 쥐를 가리킨다. 튼튼한 성벽 틈 안에 굴을 파서 여우 등이 생활하면 성벽은 곧 헐린다. 사직에 숨은 쥐도 마찬가지다. 쥐들이 번성하면 나라의 견고한 사직도 흔들거린다.

 

성채는 나라 안보의 초석이고, 사직은 민생과 직접 이어지는 정부의 기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그 사직에 숨어든 쥐들이 화제다. 원자력 발전소의 비리는 물론이고, 나라 곳간을 책임진 고위 세무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았다고 해서 하나 둘씩 검찰에 불려 다닌다.

 

성채가 허물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나라의 운영을 책임진 공직자들의 부패와 비리가 끊이지 않아 더 걱정이다. 우리는 이제 그런 ‘사람 쥐’에 대한 혐오를 감추기 힘든 상황이다. 쥐가 옮기는 전염병의 파괴력은 매우 크다. 페스트라고 불렸던 흑사병(黑死病)은 쥐가 유럽의 근간을 흔들었던 대표적 사례다. 오죽하면 쥐로 인해 생기는 유행병이라는 ‘서역(鼠疫)’이라는 단어가 생겼을까.

 

때리면 잠시 숨어들었다가 곧 다시 나타나는 쥐처럼 적지 않은 공직자들이 그런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출몰한다. 그들로 인해 사직의 견고함이 흔들려, 마침내 쥐가 옮기는 대형의 역병(疫病)으로 번질까 이 한 여름이 왠지 스산하다.

 

2013.8.26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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