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고사성어, 추천하고픈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5.노익장(老益壯)

아판티(阿凡提) 2013. 8. 28. 05:16

중국어의 뿌리가 한자(漢字)입니다. 따라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도 익히기 쉽죠. 둘을 동시에 배우는 기획을 하신 분이 중앙일보 유광종 기자입니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시도이죠. 한자로 이뤄진 단어에 재미난 칼럼과 중국어 단어와 숙어, 성어(成語) 등을 싣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국금융 산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연속하여 소개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중앙일보 내용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훌륭한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노익장'이라는 단어, 또는 성어를 낳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 마원의 초상. 동한(東漢)의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이빨이 어느덧 흔들린다. 기미가 생겨나며, 얼굴에는 주름이 접힌다. 이런 현상이 내게 일어난다면? 바로 나이를 꽤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10년을 단위로 연령(年齡)에 관해 매긴 호칭이 거저 생긴 것은 아니다.

나이 삼십에 이립(而立)하고, 사십에 불혹(不惑)이다. 오십은 지천명(知天命)이고, 육십이면 이순(耳順)이다. 서른에 뜻을 세우고, 마흔에는 아무 것에나 끌리지 않으며, 쉰이면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안다. 예순이면 같잖은 의견이라도 흘려들을 줄 아는 여유를 지닌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으면서도 생물적 연령을 거스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는 한자로 그를 노익장(老益壯)이라 표현한다. 문물의 수준이 여러 모로 뒤떨어졌던 과거에는 이런 노익장이 꽤 드문 존재였다. 그러나 요즘엔 사정이 다르다. 라식 등 각종 안과 수술에, 철심을 넣고 받치는 임플란트, 첨단 레이저로 지져 없애는 수술 등으로 눈 침침, 이빨 흔들, 주름 첩첩은 다 아스라이 스러져간 옛날의 그 무엇에 불과하다.

 

이 노익장을 낳은 고사 속의 주인공은 마원(馬援)이라는 인물이다. 동한(東漢)의 명장이니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사람이다. 매우 뛰어난 전투력으로 반평생을 변경의 전쟁터에서 보냈으니 훌륭한 장수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를 표현하는 말이었을까. 『후한서(後漢書)』에는 “궁핍할수록 더욱 견고해지며, 나이 먹을수록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자로 적으면 ‘窮當益堅(궁당익견), 老當益壯(노당익장)’이다. 우리가 흔히 잘 쓰는 ‘노익장’이라는 단어의 원전인 셈인데, 뜻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는 ‘노익장’은 나이 들어서도 왕성한 능력과 자태를 뽐내는 사람에게 쓰는 찬사(讚辭)에 가깝다. 그러나 원래의 뜻은 궁핍한(窮) 상황에 놓이더라도 마땅히(當) 더욱(益) 단단해지고(堅), 나이 들어서도(老) 마땅히(當) 더(益) 왕성하게(壯 또는 젊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두 마디 앞에는 ‘丈夫爲志(장부위지)’라는 말이 있어, “사내가 뜻을 다짐에 있어서는…”이라는 전제(前提)가 등장한다. 따라서 노익장의 원전이 품은 의미는 바로 ‘마음가짐’에 관한 ‘권유’다. 늙더라도 마음만은 젊게 유지하라는 뜻인데, 혹여 그를 곡해해 젊은 사람들이 올라서야 할 ‘현직’에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나이 들어 늙어감에는 나름대로의 처연(悽然)한 미학이 있다. 부풀렸던 욕심을 줄이고, 벌렸던 관심사를 줄인다. 부귀와 명예를 멀리 하며, 한곳에 오로지함으로써 깊이를 지닌다. 단단한 결실(結實)로 원숙(圓熟)을 선보이고, 이로써 그 씨앗을 남과 나누면 그만이다.

 

74세의 고령 비서를 둔 대통령이 혹시 버겁지 않을까. 김기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얘기다. 그의 ‘노익장’이 세간의 화제다. 필요가 있어 다시 그를 부른 것이겠으나, 우리말 속에 녹은 ‘노익장’의 단어가 원래는 마음가짐에 관한 권유였음을 혹시 간과한 것은 아닌지 살짝 우려스럽다.

 

2013.8.28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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