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판티 이야기/그리운 유학시절

자전거 주차료가 나에게 준 교훈

아판티(阿凡提) 2011. 4. 3. 09:37

1993년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가족들이 아판티가 어학연수를 받고 있던 베이징대학으로 놀러 왔을 때의 일입니다. shopping을 위해 중관촌에 있던, 당시로는 꽤 큰 백화점인 '당따이상청(當代商城)'을 갔었죠.

 

그때만 하더라도 자전거가 대중 교통수단이었고, 대부분의 대로변 특히 백화점앞에 자전거를 주차할 때는 주차료를 징수하는 징수원이 있었죠. 그들은 항상 팔에 빨간 완장을 차고 있었습니다. 그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이 구청에서 지정한 사람인지 백화점에서 고용한 사람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주차료를 징수하는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어요.

 

우리가족이 물건을 사고 나왔을 때는 해가 이미 서산에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였죠. 그런데 자전거를 찾기 위해 주차료를 지급할 때의 일입니다. 아판티가 알고 있던 당시의 주차료는 0.1위안 이었는데 징수원은 0.2위안을 달라는 것이었죠. 왜나고 물었더니 이미 어두워졌으니 할증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말이 너무나 어이가 없던 나는 그와 실랑이를 계속하다가 주차되어있던 옆자전거를 발로 차버렸죠. 그랬더니 주차되어 있던 자전가가 마치 퍼즐이 연이어 넘어지듯이 나딩굴어 지면서 100여미터 길이의 자전거가 모두 넘어져 버렸습니다. 주위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죠. 

 

당시 아판티는 주차시간이 길어서가 아니고 해가 졌기 때문에 주차료를 더 내야 한다는 그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의 주장은 낮과 밤의 주차료가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당시에는 그 말이 너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태어나 자라고 공부한 아판티가 작업환경이 열악해지거나 작업강도가 높아지면 징수하는 비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평범한 경제논리를 왜 몰랐을까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몹시 부끄러워지죠. 그 간단한 경제논리를 사회주의 국가의 자전거 주차료 징수원에게서 배웠으니 말입니다.

 

 

2011.4.3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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