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판티 이야기/그리운 유학시절

청렴했던 중국 초등학교 선생님

아판티(阿凡提) 2011. 4. 3. 09:55

1994년 여름, 아판티를 따라 중국으로 들어온 아들은 한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 딸은 3학년이었어요. 하지만 중국어 실력이 제로인지라 할 수 없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었죠. 당시 제가 다니던 중국인민대학 근처에는 외국인 학교가 없었을 뿐더러 있어도 유학생입장으로서는 너무 비싼 학비를 부담할 수 없었습니다.

 

애들이 다니던 학교는 그 유명하다던(지금도 중국 최고의 명문임)'중국인민대학부속 초등학교'가 아니라 '북경외국어대학교 부속초등학교' 이었지요. 중국인민대학에 제가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대부속초등학교는 외국인에게 개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국학생을 받아 주지 않았죠.  그래서 할 수 없이 북경외대부속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지요.

 

그 해 추석이 다가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추석이 되면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에게 선물을 돌리지만 중국에서는 '위에삥(月餠: 중국에서 중추절에 먹는 안에 소를 넣은 만든 둥그런 과자)'을 나누어 먹죠. 요즈음에는 이런 풍습이 변질되어서 아주 비싸거나 과자안에 귀한 물건을 넣어서 청탁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요.

 

외국학생이라곤 저의 애들이 유일했던 당시,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은 갓 교육대학을 졸업한 것 같이 보이는 젊은 중국 여선생님이었죠. 외국인이라고 평소 각별하게 애들을 돌보아 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감사의 표시로 중추절을 맞이하여 월병을 사서 교실로 갔죠. 물론 중국인의 풍습대로 2개를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우리애들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다고 하면서 월병을 전하려는 나는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죠. 그것은 바로 그 선생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 한마디 때문이었어요. "선물을 가져다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만약 내가 이 위에삥을 받고 나면 당신 아이들에게 더 신경이 써여 다른 학생들에게 폐가 될 수 있으니 이 선물은 사절하겠습니다.”하는 것이었어요.

 

당시 한국에서 선생님들에게 하는 성의표시에 익숙되어 있던 나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에 그 월병을 들고 뛰쳐 나왔습니다. 그리곤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사고가 이렇게 반듯하다면 중국의 앞날은 무척이나 밝을 것이라고......

 

2011.4.3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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