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龍 이해하기/중국 정치

야당 견제 없는 중국 공산당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 마혁과시(馬革裹尸)

아판티(阿凡提) 2016. 10. 18. 05:26

부패는 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력에 불가피하게 따라다니는 하나의 악령이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로드 액턴은 갈파했다. 절대 부패하면 절대로 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세상 이치이기도 하다. 한데 중국 공산당 일당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왜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그 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일까. 무슨 비결이 있나.

 

중국은 ‘모든 권력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나오는’, 즉 공산당이 주인인 ‘당주(黨主)’ 국가다. 언제든지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여느 민주국가의 집권당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 공산당은 헌법상 영구 집권당이다. 헌법 위에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이 있고 법률 위에 당규(黨規)가 있다. 국민의 심판에 의한 정권 교체는 꿈에서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은 누가 견제하나. 자체 감독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 존재가 바로 기율검사위원회(紀檢委).

 

‘영웅은 천하를 제패하고 제도는 강산을 안정시킨다(英雄打天下 制度定江山).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권력자들은 법제를 부국강병과 체제 안정의 가장 유효한 도구로 간주했다. 그들은 이공계의 발명품이나 예술계의 창작품처럼 법제를 창조하길 즐겼다. 서양보다 1200년이나 앞선 공무원 시험인 과거제도나 역시 서구보다 400~500년은 이른 지폐와 어음 등이 그런 예다. 감찰기관의 수장이 정승급인 감찰제도 역시 세계 최초로 중국의 첫 황제가 창설했다. 진시황(秦始皇)은 기원전 221년 천하를 통일한 뒤 행정은 승상(丞相), 감찰은 어사대부(御使大夫), 군부는 태위(太衛, 비상설 기관)에 맡겨 분담 통치하는 3정승제를 고안해냈다.

이 같은 통치 방식은 조직의 명칭과 형식을 조금씩 달리했을 뿐 현대에까지 이어졌다. 인민복을 입은 공산왕조의 초대 황제 마오쩌둥(毛澤東) 역시 자신의 역사적 멘토인 진시황을 벤치마킹했다. 마오는 진시황처럼 당권과 군권은 자신이 직접 장악한 채 자신의 양팔인 저우언라이(周恩來)와 주더(朱德)는 각각 승상 격인 총리와 어사대부 격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中紀委) 서기로 임명했다. 이후 역대 중기위 서기는 모두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상무위원회의 한 위원(총리급)이 맡았다.
 

 

수장의 지위가 높으니 조직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현재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부패 공직자들의 염라대왕’으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중기위 서기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중기위가 중국의 5대 사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공안부·최고인민법원·최고인민검찰원·사법부·국가안전부 등을 영도하는 중앙정법위원회를 지휘, 감독하고 있는 게 바로 중국의 현실이다. 중기위는 중앙과 지방의 모든 당·정·군 조직뿐 아니라 언론기관, 대형 국유기업 등에 촘촘히 심어놓은 수십만 명을 동원해 모든 공산당원에 대한 감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의 기검위(기율검사위원회)는 무명유실(無名有實)한데 우리 감사원은 유명무실(有名無實)하다. 기검위가 정체불명의 흑기사라면 감사원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다. 헌법에도 없는 기검위가 막강 권력을 휘두르는 데 반해 헌법에 엄청난 권한이 부여된 우리 감사원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패를 도려내는 마혁과시(馬革裹尸: 말가죽으로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용장의 각오를 비유한 말)의 자세가 필요하다. 아래 자료는 중앙일보의 기사(2016.10.5일)의 기사를 옮겨온 것이다.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마원의 말이다. (마원)은 (후한) (광무제) 때 (복파장군)으로 지금의 (월남)인 (교지)를 (평정)하고 건무 20년(서기44년) 수도 낙양으로 돌아왔다. 그는 용맹과 인격이 뛰어난 (명장)이었다.

 

마원이 (개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성 밖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는데 그 속에는 지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던 (맹익)도 있었다. 맹익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판에 박은 축하의 인사만을 건넸다. 그러자 마원이 맹익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가 가슴에 사무치는 충고의 말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겨우 남과 똑같은 인사만을 한단 말인가. 옛날 복파장군 (노박덕)은 (월남)을 평정하여 일곱 군을 새로 만드는 큰 공을 세우고도 겨우 수백 호의 작은 영토를 받은 데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별로 공을 세우지도 못했는데 큰 고을을 봉읍으로 받게 되었다. 공에 비해 은상이 너무 크다. 도저히 이대로 오래 영광을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대에게 무슨 좋은 생각은 없는가?

 

” 맹익이 좋은 꾀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마원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지금 (흉노)와 (오환)이 북쪽 변경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들을 정벌할 것을 청하리라. 사나이는 마땅히 변경 싸움터에서 죽어야만 한다.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서 돌아와 장사를 지낼 뿐이다. 어찌 침대 위에 누워 여자의 시중을 받으며 죽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전쟁에 나가기 전에 (전의)를 가다듬으면서 하는 말이며, 전쟁터에 나가 적과 싸우다가 죽고 말겠다는 용장의 각오를 가리켜 한 말이다.

 

 

2016.10.18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야당 견제 없는 중국 공산당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161005, 중앙일보).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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