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조례 수정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구의회 선거를 계기로 급속히 제도권 정치로 수렴되고 있다. 이른바 거리의 ‘투사(鬪士)’들이 제도권 내로 대거 들어오게 되면서 홍콩 사태가 제2 라운드를 맞고 있다. 당국으로서는 선거 결과를 떠나서 아스팔트 위에서 충돌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면서 거리의 정치를 줄일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시위대들도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제도화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의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해석은 의미가 없다. 민심의 향배에 따라 아스팔트 민심은 ‘대승’했고 다른 측은 ‘대패’했기 때문이다. 상처 난 민심을 봉합하는 일은 당국의 몫으로 남았다. 해결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우선 베이징 당국은 “폭력을 끝내고 혼란을 제압한다(止暴制乱)”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홍콩 정세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거버넌스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홍콩 당국도 홍콩인들의 불만과 원성을 담아낼 제도적인 노력을 당선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
홍콩은 150여 년 동안 자본주의를 경험했고, 가치관이나 사유체계도 매우 서방적이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경험했고, 가치관이나 사유체계 역시 매우 사회주의적이다. 150여 년 간의 간극은 20여 년 짧은 기간에 매울 수 없다. 시간을 가지고 구동화이(求同和異)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홍콩을 넘겨받으면서 ‘고도 자치(高度自治)’, ‘홍콩인의 홍콩 통치(香人治香)’를 약속했다.
베이징 당국은 자치를 허용한 50년 동안 적어도 이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믿음을 홍콩인들에게 금란지계(金蘭之契: 친구 사이의 굳은 우정을 이르는 말)로서 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아스팔트 정치에서 제도권 정치로 방향을 튼 선거 결과가 말하고자 하는 외침이다.
위 내용을 설명하는 아래 첨부자료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발표해 주었다.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 상(上)에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두 사람의 마음이 같으니 그 예리함이 金石을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그 향기가 蘭과 같다)”이라 한 데서 나온 말이다. 금란지교·금석지교(金石之交)·금석지계·단금지계(斷金之契)·단금지교 등 여러 말이 있다. |
2019.12.6일
<아판티와 함께하는 중국금융 산책>
아스팔트 정치에서 제도권 정치로 수렴된 홍콩 선거(191202, 관행중국).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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